[반려견 목줄 착용 단속 동행기] “오늘만 안 채웠다” 우기고 버티고…

입력 2019-07-04 16:32
강서구 직원들이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공원에서 반려견 목줄을 채우지 않은 주민을 단속하고 있다.

“매일 목줄 채우다가 오늘만 잠깐 풀어준 건데, 이러면 신경질 나서 다음부터 절대 안 채우지.”

지난 3일 오후 6시 서울 가양동의 한 공원, 60대 여성 A씨의 신경질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전 A씨는 바닥에 있던 애완견을 서둘러 유모차 위에 올려놨다. 그러나 이미 구청 단속원들이 목줄이 풀린 그의 강아지를 발견한 후였다. “원래 단속이라는 게 하필 꼭 안 한 날에 걸리곤 해요.” 신모 강서구 공원녹지과 주임이 주민을 달랬지만 A씨의 버티기가 이어졌다.

A씨는 “강아지 유모차를 끌고 왔지 않냐. 강아지가 유모차 방석에 오줌을 눠서 말리느라 잠시 내려놓은 것”이라며 “난 평소 목줄을 항상 채운다. 오히려 목줄을 안 채우는 다른 주민들에게 한 소리 하는 사람인데, 하필 오늘 나한테 왜 그러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의 뒤에는 ‘반려견 목줄 미착용 등 공원 내 불법행위 집중단속 시행 알림’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날 강서구 단속원들은 반려견 목줄 미착용 단속에 나선 지 30분 만에 3명을 적발했다. 단속에 걸린 주민들이 주민번호를 거짓으로 알려주거나 ‘한 번만 봐 달라’ 애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앞서 강서구는 지난달 24일부터 2주 간 반려견 목줄 미착용 집중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3~4명이 한 조가 돼 8개 팀이 강서구 내 공원 28곳을 단속한다.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거나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단속을 시작한 구청 직원들의 눈에 목줄이 없는 치와와 한 마리가 들어왔다. 견주는 70대 할아버지였다. 단속원이 신분증 요구하자 할아버지는 “몰랐다. 한 번만 봐 달라”며 들고 있던 배변 봉지에서 급하게 목줄 꺼내 채웠다. 할아버지가 알려 준 주민번호를 실시간으로 구청에 조회한 김모 주임은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 번호가 안 맞는대요. 잘 못 가르쳐줬죠?”

김 주임은 “지난주 단속 때 거짓으로 신분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사무실에 있는 직원과 통화하며 실시간으로 신분을 확인한다”고 귀뜸했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공원에 '공원 내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단속원들은 그래도 거짓 번호를 제시하는 게 낫다고 했다. 신 주임은 “적반하장 태도로 주민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첫 단속 때 한 주민은 끝까지 버티며 소리를 질렀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노하우가 생긴 김 주임은 목줄이 풀린 반려견을 발견하면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그는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가면 2주 간 이의 신청 기간이 있다. 이 기간에 ‘목줄 채웠었다’고 할 수 있어 증거를 남긴다”고 했다. 이날도 20대 초반 여성 두 명은 단속원들이 다가오자 재빨리 목줄을 채웠다. “목줄 풀린 거 다 봤습니다. 사진도 찍었고요.”

직원들은 단속 고충을 토로했다. 신 주임은 “사전 홍보를 열심히 했지만 목줄 미착용이 과태료 대상이라는 걸 모르는 주민들이 많다. 주민 입장에선 집 앞에 편하게 나온 건데,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했다. 단속 기준이 애매한 측면도 있다. 그는 “목줄은 안 채웠지만 애완견을 유모차에 태우거나 품에 안고 있는 주민들도 있다. 어쨌건 통제는 하고 있다는 거여서 과태료를 매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목줄 미착용 건으로 견주를 계도한 경우(서울시 한강공원 기준)는 매해 3만 건에 육박하지만 실제 과태료 부과된 건수는 지난해 기준 307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개물림 사고로 단속이 강화돼 2016년 55건에서 뛴 수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의 협조를 받지 않는 이상 견주가 신분 확인을 거부하면 구청 직원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단속이 힘들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