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에 보복 조치 단행… 참의원 선거전도 본격 개막

입력 2019-07-04 16:28 수정 2019-07-04 16:38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가운데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일본 참의원 선거 고시일인 4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로 보수층 결집에 본격적으로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베 총리는 이날 대지진과 원전 사고 피해를 본 후쿠시마현에서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그동안 한 번 포괄적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해 별도 허가가 필요없었지만 이제는 개별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심사를 거쳐 허가받아야 한다. 허가에 걸리는 시간은 약 90일 정도지만, 기업이나 품목 등에 따라 그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불합리하고 상식에 반한다고 하지만 원래 수출관리제도는 각국이 상대국에 대해 독자적으로 평가해 운용하는 것”이라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전날 “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출관리 체제를 계속해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제재 강화 대상 품목의 확대를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이미 추가 보복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 안전보상상 우호국으로 인정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4일까지 공청회를 거쳐 8월 중에 시행령을 개정해 발효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수출 규제 품목이 식료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 해당할 정도로 많아지게 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특별히 ‘대량파괴무기 개발 등에 전용 우려가 강한 사례’라며 40개 품목을 예시로 들었다. 여기에는 티탄합금과 같은 특수강 및 주파수 변환기, 대형 발전기, 방사선 측정기 등 4각종 산업 분야에 필요한 기기·부품·소재가 망라돼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열린 여야대표 토론회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에 우대조치를 못 한다”고 한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공적 연금의 보장성 논란과 소비세 인상 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졌던 아베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일본 기업들도 피해가 예상되기 때무이다. 당장 이날 실시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관련해 일본 소니는 한국에서 디스플레이 박막트랜지스터를 공급받지 않으면 TV 생산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로 수출이 어려워진 일본 기업들은 수출 허가에 필요한 서류 준비를 서두르는가 하면 해외 공장을 활용한 대체 수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