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무섭게 달리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3대 주가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분쟁을 중단한 점,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홀로 제자리걸음이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 대신 해외 증시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달러 자산’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삼성증권은 최근 예탁자산 1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2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7%가 “올해 하반기 해외 투자를 현재보다 늘릴 예정”이라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설문에 응답한 고액 자산가 가운데 14.6%는 “현재 투자 규모보다 50% 이상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건 바로 ‘달러 자산’이다. 응답자의 64.1%는 “올 하반기에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분위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달러 자산 가운데 ‘미국 주식’이 최근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글로벌 유망 투자 자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국 주식을 고른 고액 자산가 비율은 지난 1월 조사에서 17.1%(중복 응답)에 그쳤지만 이번 조사에서 30.9%로 늘었다.
달러 금리형 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같은 기간 55.3%에서 58.3%로 확대됐다. 달러 채권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여전히 4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현상이 길어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미국 주식, 달러 채권 등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는 어디까지 달려갈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동안 상승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크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본격적인 ‘돈 풀기’ 태세를 갖추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에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와 주디 쉘튼을 지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수장에도 저금리를 선호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정됐다.
신흥국은 이미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달 초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75%로 25bp(0.25% 포인트) 낮췄다. 지난 2일 호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00%까지 내렸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국의 경쟁적 통화 완화 분위기 속에서 다른 국가의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뚜렷하게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