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 ‘입항 귀순’ 사건으로 군 지휘관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은 데 대해 군 일각에선 “군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지나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계실패 책임뿐 아니라 안이한 언론 대응 과정에서 생긴 비판 여론까지 군이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4일 “목선 발견 장소를 처음에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한 것은 합동참모본부와 해양경찰청 등 유관기관 협의를 거친 것인데 야전 지휘관들은 이런 의사결정 라인에는 빠져 있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조사와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가 180도 달라졌다는 점도 군심(軍心)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군 내부에선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는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조사를 똑바로 하지 못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을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징계 자체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주장도 뒤따른다. 이번에 징계 대상에 오른 육군 23사단장은 목선 입항 당시 휴가 중이었다. 현장 지휘를 하지 않은 23사단장에게 어느 수준의 징계가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강원 동부 지역을 책임지는 육군 8군단장은 목선 입항 3일 뒤인 지난달 18일 술을 곁들인 저녁 회식 자리를 주재한 데 대한 책임이 더해져 유일하게 보직해임 처분을 받게 됐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국방부 회의에서도 명확하게 어느 한 사람의 과실이 드러난 사건은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감사 결과를 토대로 총체적인 지휘감독 책임을 묻는 선에서 징계 대상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날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박한기 합참의장,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박기경 해군 작전사령관에게 엄중경고 조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육군 제8군단장을 보직해임하고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제1함대사령관을 조만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청와대에선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엄중경고 조치가 내려졌지만, 청와대는 구체적인 징계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날도 국방부는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협의 과정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유관기관과 협의를 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