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대반란이냐, 어우브(어차피 우승은 브라질)냐

입력 2019-07-04 15:42 수정 2019-07-04 16:29
페드로 가예세 골키퍼가 4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아레나 두 그레미우에서 열린 칠레와의 2019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전에서 아르투르 비달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빅토르 요툰이 4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아레나 두 그레미우에서 열린 칠레와의 2019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루 선수들이 4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아레나 두 그레미우에서 열린 칠레와의 2019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전에서 3대 0으로 승리한 후 물을 뿌리며 자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페루가 코파아메리카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칠레를 잡는 이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올랐다. ‘남미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1975년 이후 4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페루는 4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아레나 두 그레미우에서 열린 칠레와의 2019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전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다.

페루는 1승1무1패로 조별리그를 간신히 통과했다. 3골을 득점하는 동안 6골을 허용했다. 결승전에서 만날 브라질에게는 0대 5 대패를 당했다. 3골도 약체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우루과이와 맞붙은 8강에서도 페루는 유효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90분 내내 빈공에 시달리다 승부차기 끝에 준결승에 올랐다.

이날은 달랐다. 기동력이 돋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칠레를 맞아 페루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라인을 끌어올리고 강도 높은 압박을 펼쳤다. 칠레 선수들이 공을 잡기 무섭게 페루 선수들이 벌떼처럼 동시에 달려들었다. 우세가 점쳐졌던 칠레는 수비 진영을 벗어나지 못하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페루는 우세한 기세를 살리며 전반 20분 만에 에디슨 플로레스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칠레의 골네트를 갈랐다.

강력한 골키퍼의 존재도 페루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공식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페드로 가예세 골키퍼는 칠레가 시도한 7번의 유효슈팅을 모두 거둬냈다. 가예세는 후반 29분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의 완벽한 1대1 찬스를 막아냈다. 후반 36분엔 산체스의 낮고 빠른 슈팅을 동물적 감각으로 선방해냈다. 심지어 후반 추가시간 3분 칠레의 페널티킥 상황에선 바르가스의 파넨카킥을 잡아내 칠레에 ‘영패’를 선사하기까지 했다.

반면 칠레는 ‘전설적인 주장’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의 공백이 뼈아팠다. 레이날도 루에다 감독은 칠레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브라보를 대회 명단에서 제외했다. A매치 경험이 적은 가브리엘 아리아스 골키퍼가 대회 선발로 나섰지만 이날 경기 내내 단 한 번의 선방도 기록하지 못했다. 페루의 역습 상황에선 골문을 비우고 나와 추가골을 허용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페루는 브라질과의 결승에서 1975년 이후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나 팬들은 브라질의 우승을 전망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10득점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공수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 가브리엘 제수스, 피르미누, 필리페 쿠티뉴의 공격라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이 맞고 있다.

다니 알베스, 티아고 실바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포백라인은 상대의 슈팅을 거의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물샐틈이 없다. 알베스의 경우 뛰어난 개인기로 공격 물꼬를 터주는 역할까지 맡으며 30대 중반(36세)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를 과시하고 있다. 게다가 개최국 프리미엄도 음으로 양으로 누리고 있어 브라질의 12년 만의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예상을 뛰어넘으며 우승후보인 우루과이와 칠레를 차례로 격파한 페루는 사기가 충천한 상황이다. 특히 칠레전에서 보여준 수비조직력과 역습 능력, 목표치를 달성한 만큼 져도 부담없다는 편안한 마음가짐 등을 유지할 경우 또다른 이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