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일단 손을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국내 통신 3사에 갑질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애플코리아가 자진시정을 신청해 동의의결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거래질서 개선과 소비자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사업자 동의의결 신청은 곧바로 ‘혐의 인정’으로 볼 수 없다. 사건 조사나 소송이 길어지는 등 위법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 따른 피해가 자진시정보다 크다는 판단이 있을 때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의의결 신청이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애플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에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심사보고서를 상정한 이후 지금까지 3차례 전원회의 심의를 벌였다.
공정위는 애플이 국내 통신 3사를 상대로 구매를 강제하고 이익제공을 강요하면서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제공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심의(1심재판) 절차는 잠정 중단됐다.
공정위는 향후 전원회의를 열어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을 수락할지 말지 결정한다. 애플은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심의받는 행위와 관련한 사실관계, 이 행위를 중지하거나 원상회복하는 등 경쟁질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정방안, 소비자나 다른 사업자 등의 피해를 구제하거나 예방하는 방안, 이를 위한 기금과 상생방안 조성 계획 등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심의절차는 재개된다.
공정위는 규정상 애플이 제시한 구체적 시정방안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애플의 제재 대상 행위는 애플이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대만 경쟁당국은 애플에 2000만 대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프랑스는 지난해 애플을 법원에 제소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