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설날 특집으로 파일럿 예능 하나가 전파를 탔다. 이름은 ‘남자가 혼자 살 때’. 데프콘 김광규 김태원 등 일곱 남자의 싱글 라이프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예능이었다. 호평에 힘입어 정규편성으로 곧장 이어졌는데, 그게 지금의 ‘나 혼자 산다’(이상 MBC)가 됐다.
프로그램은 지난달 28일 300회를 맞으면서 어엿한 장수 예능이 됐다. 첫 전파를 탈 당시 예능의 판도는 버라이어티에서 관찰 예능으로 재편되는 중이었다. 나 혼자 산다는 이 흐름을 빠르게 캐치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져가며 관찰예능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트렌드를 좇은 기획이 흥행의 바탕이 됐다. 1인 가구 붐 속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감춰진 스타들의 소소한 싱글 라이프는 적잖은 공감과 볼거리를 안방에 전했다. 2017년에는 전성기를 맞았는데, 전현무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헨리 기안84로 이뤄진 무지개 모임이 최상의 호흡을 보여주면서다. 그해와 이듬해 방송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연이어 받으며 인기를 입증했다.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꾸준히 고민한 황지영 PD의 공이 컸다. 2016년 10월쯤 미지근한 반응 속 폐지 위기에 몰려있던 프로그램은 그가 바통을 넘겨받은 이후 점차 이슈 몰이를 시작하더니 이내 MBC 간판 예능으로 발돋움했다. 황 PD는 “식상할 때마다 의외성이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황 PD는 게스트들의 일상을 담은 무지개 라이브와 멤버들의 스튜디오 토크 등을 대폭 확장하며 프로그램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인물들에겐 캐릭터가 덧입혀졌고 다니엘 헤니, 정려원, 김사랑 등 스타들의 출연은 높은 화제성으로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선 스타 개인의 이야기보다 멤버들 간의 관계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친목 방송’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예전과 달라진 1인 가구의 모습을 프로그램에 담으려는 노력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PD는 “혼자보단 함께 하는 모습이 많아 ‘나 혼자 안 산다’가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6년 전보다 1인 가구가 흔해졌고 혼자 살더라도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 많아졌다. 무지개 모임이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 것이라면 최근엔 좀 더 판이 커진 느낌이 있다”고 했다.
지난 3월엔 핵심 멤버 전현무 한혜진 커플이 결별 이후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갑작스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박나래를 주축으로 똘똘 뭉친 멤버들과 제작진의 노력으로 10%(닐슨코리아) 정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황 PD는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1인 가구 본연의 삶을 보여주는 것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진정성이 꾸준한 인기의 이유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열린 5주년 간담회에서 나 혼자 산다의 매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었다.
“처음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비슷한 예능이 많았고 그래서 이슈에서도 많이 밀려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풀려서 하지는 말자’는 생각을 했어요.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잔잔하지만 진정성 있게 가는 게 저희 프로그램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