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싸준 도시락 맛있어요. 그런데 왜 오신 거에요?”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파업 이틀째인 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만수초등학교의 점심시간. 2학년 황모(8)양은 분홍색 도시락 통에서 오리고리를 꺼내먹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황양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도시락을 싸왔다고 했다. 회사에 다니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이번이 처음이다. 옆에 앉아 있던 박모(8)군도 “(도시락) 신기해요. (학교에서 준) 빵 맛없어요”라고 말했다.
파업이란 단어가 생소한 아이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몰려든 어른들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조리실에서는 지모 조리장이 홀로 아이들에게 빵과 주스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혼자 하니까 쉽지는 않다”면서도 “함께 일하는 분(교육공무직)들도 소속은 다르지만 같이 아이들 밥 챙겨주는 식구다.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현장 점검한 이 학교는 학생 대다수가 도시락을 싸왔다. 학생 1336명인 만수초는 조리원 11명과 돌봄전담사 2명 등이 파업에 참여했다. 빵과 주스로 급식을 대체하고 도시락 지참을 허용했다. 3일 도시락 지참율은 94.9%, 4일 96.7%였다. 학생들은 도시락과 빵, 주스를 나란히 놓고 먹었다.
남옥경 교장은 “파업이 빨리 끝날 수 있도록 교육공무직 처우 관련 대책 마련과 함께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위생 안전관리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파업 첫날부터 ‘정부는 뭐하고 있는가’란 비난 여론이 일자 교육부는 분주하게 현장을 점검하고 대책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박 차관은 학교 방문 이후 전국 시·도교육감 영상 회의를 열고 현장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부교육감들은 회의에서 학교 현장을 방문해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더욱 노력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근본 대책은 사실 재정적인 것, 법적 제도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 혼자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교육청과 협력하고 있고 국회도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 교육청이 노조와 하고 있는 교섭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