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우리나라 배터리 연구·개발(R&D) 인력 빼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사안으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화학 업계에 따르면 CATL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의 핵심 R& 인력에 2~3배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채용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국내 기업에서 받는 연봉은 보통 1억원 안팎인데 3억원에 가까운 고액으로 마음을 흔든다는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인력 채용을 두고 맞소송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가 국내 인력 빼가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송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내 업체로 이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을 노리고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CATL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각 업체에 인력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직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더 나은 조건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로 이직이 어려운 상황인데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핵심 인력이 유출되면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1위인 CATL이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2020년이면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이 끝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본격적인 기술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우리나라 업체의 앞선 기술력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CATL 등 중국 업체들은 2016년에도 한 차례 국내 인력을 대거 채용한 적이 있다. 이들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은 충분히 이전돼,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전문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 업체와 우리나라 업체 간 전기차 배터리 기술격차는 현재 2~3년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CATL은 최근 격차를 줄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업체들만 양산했던 NCM(니켈, 코발트, 망간)811도 CATL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CATL은 유럽 투자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CATL은 독일 튀링겐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생산 능력을 2022년까지 14GWh, 2026년에 100GWh로 늘린다는 목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