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더 이상 먹기 싫어요’ vs ‘파업을 지지합니다’

입력 2019-07-04 13:33 수정 2019-07-04 14:51

‘빵과 주스 계속 먹기 싫어요’ vs ‘원망만 하지 말고 파업이유 관심 갖자’.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일선 학교의 단체급식이 이틀째 차질을 빚는 가운데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빵과 우유 혹은 주스로 점심을 때우기 싫다며 인상을 찡그리는가 하면 이번 파업을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지지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교육부는 4일 전국 1만454개 학교 중 24.7%인 2581개교가 정상적 급식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광주지역의 경우 253개 공립학교 중 35곳, 전남에서는 766개 공립학교 가운데 156곳의 급식실이 3일에 이어 4일에도 문을 닫았다. 광주·전남 급식 중단 학교는 325곳에서 191곳으로 줄었다.
급식이 중단된 일선 학교는 식중독 등 위생사고를 우려해 급식메뉴로 대부분을 빵을 선택했다.
이틀째 급식차질이 이어지자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에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을 먹여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실제 이날 조리실 직원 9명 중 영양사 1명을 제외한 8명이 파업에 참여한 광주 빛고을초등학교 급식실 게시판은 일주일 치 메뉴가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 전교생과 교직원 950인분의 대체 급식을 점심시간에 맞춰 준비하느라 영양사는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10대 초반의 나이인 초등학생 등은 대체 급식으로 먹는 빵과 주스 대신 밥을 먹고 싶다며 울상이다. 볶음밥에 계란을 올린 오무라이스나 햄이 들어간 김밥을 점심시간 달라는 것이다.
이 학교 초등학교 5학년 김모(12)군은 “빵을 먹기가 무척 퍽퍽하다”며 “유부초밥을 도시락으로 챙겨온 친구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4학년 이모(13)군은 “무엇 때문에 조리사 아주머니들이 파업을 하는 지 정확히 모르지만 빵만 계속해 먹고 싶지는 않다”고 인상을 찡그렸다.
상당수 학교는 단축 수업과 기말고사 체험학습 등을 하면서 급식중단의 여파를 피하기도 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비정규직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반응이다.
반면 파업의 원인과 배경 등에 대해 비교적 잘 아는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연대회의의 파업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광주여상과 광주전자공고 학생들은 파업 이후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불편은 감수할 것”이라며 총 파업 지지를 선언했다. 광주여상 일부 학생들은 4일 ‘밥 안준다 원망 말고 파업 이유 관심 갖자’ ‘7·3 총파업 응원합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렸다.
이들은 학교급식 조리종사원과 돌봄전담사 등 학교비정규직들의 파업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동조했다.

‘광주 전자공업 고등학교 학생회 일동은 조리사 분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앞서 3일에는 광주 전자공고 학생회가 점심시간 학교 급식실 앞에서 조리사들의 파업지지 피켓팅을 진행했다. 이 학교 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며 “우리도 졸업하면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밥을 안 준다는 원망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급식실 조리사 선생님들께서 왜 파업을 하시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바깥날씨가 더우면 급식실 조리실은 찜질방이다”고 지적했다.
학생회는 “뜨거운 불 앞에서 1200여명의 음식을 조리하다보면 옷은 땀으로 흠뻑 젖고 양말을 짜면 물이 빨랫감 짜듯 떨어진다고 한다”면서 “그만큼 힘든 노동환경 속에서 우리들의 밥을 해주시는 급식실 조리사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성화고 학생들로 구성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SNS에는 각 지역별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학교 비정규직 파업 인증샷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70만명 중 절반이 넘는 38만여명이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들이 생활하는 학교 안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광주뿐 아니라 인천 남동초와 서흥초 학생들도 파업을 지지했다. 남동초에서는 파업일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써붙이고 파업 중인 근로자들을 응원했다.
특히 서흥초는 파업에 따라 대체급식을 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면서 학부모들의 배려와 지지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9급 공무원 임금의 80%를 주겠다는 공약과 정규직 과 차별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며 지난 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