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의 신호탄 격인 우라늄 농축도 상향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조심하라. 이란”이라며 직접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방금 새로운 핵 합의가 없다면 그들이 원하는 양만큼 우라늄을 농축할 것이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농축한 우라늄은) 다시 당신에게 돌아와 아무도 물려본 적 없는 강도로 당신을 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야기하고 있는 핵 위협들이 결국 로하니 대통령과 이란에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강한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로하니 대통령이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도 상한을 더이상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오는 7일부터 우라늄 농축도는 상한선인 3.67%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핵 합의 당시 약속한 이 상한선을 제쳐두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농축도를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국제사회와 맺은 핵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이 본 일정과 계획대로 핵 합의의 의무(이란과의 교역·금융거래)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라크 중수로도 핵 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릴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란은 그간 핵 합의에 따라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쉬운 중수로를 연구용으로 개조해 사용해왔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날 선언으로 이란발 핵 위협이 핵 합의 타결 4년 만에 다시 중동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란은 과거 농축도 20%의 우라늄을 186㎏ 정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5년 JCPOA 성사 이후로는 우라늄 농축도 상한선인 3.67%를 준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란은 지난 2015년 7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과 핵 합의를 맺었다. 합의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했고, 이란도 핵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 협정에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5년의 일몰 기간이 지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과 EU의 반대를 무릅쓴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현재 미국은 핵 합의 이전 수준으로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고 이란산 원유 수출을 막고 있다. 이란은 유럽이 미국 입장을 따르지 말고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달라고 압박하고 있으나, 유럽은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걸프 해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편대를 배치하며 이란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란도 이에 미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며 양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