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부터 타인의 특허권이나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된다.
특허청은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이 9일부터 시행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개정에 따라 그동안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특허 침해사례가 발생해도 손해배상액이 매우 적어 일부 중소기업은 소 제기를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일례로 특허를 침해당한 기업이 침해자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실제 인용된 금액이 2200만 원에 그칠 경우, 1000만 원 정도의 소송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손해로 인정되는 금액은 120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사례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면 2200만 원의 3배에 달하는 6600만 원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된 법률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뿐 아니라 특허권과 영업비밀보호를 강화하는 개정사항도 포함됐다.
우선 특허권 침해에 대한 실시료(로열티) 배상기준이 ‘통상적 실시료’에서 ‘합리적 실시료’로 변경된다.
그동안에는 동종업계의 실시료 계약 등을 참고해 인정되던 실시료 비율이 이제는 동종업계의 참고자료가 없더라도 법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2~5%에 불과한 실시료 인정비율도 미국 수준인 12~13%까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특허권 침해자가 자신이 어떻게 제조행위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제조는 침해자의 공장 등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침해하면 이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웠다.
즉 침해자가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제품을 제조한 바가 없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사실상 침해행위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지만, 개정된 법률에는 ‘A·B·C의 방법으로 제품을 제조했다’고 증거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권자의 입증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영업비밀 인정요건의 경우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경우에만 비밀로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기업에서 ‘비밀로 관리’될 경우 영업비밀로 인정받도록 기준을 낮췄다.
기존의 비밀관리 요건이 너무 엄격했던 탓에 중소기업은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소송이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은 영업비밀인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패소율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처분도 강화된다.
개정안에는 형사 처분 대상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 밖으로 유출’ ‘반환·삭제 요구 불응’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 ‘불법 유출된 영업비밀의 재취득 및 사용’ 등의 내용이 신설됐다.
또 형사처벌의 경우 국내 사례는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국외는 10년에서 15년으로 상향된다. 벌금은 국내 5000만 원에서 5억 원, 국외는 1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번 법률 개정사항 중 징벌적 손해배상 등 손해배상과 관련된 사항은 개정법률이 시행된 이후 최초로 위반한 행위부터 적용된다.
목성호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개정 법률의 시행으로 지식재산의 가치가 전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을 특허권자의 손해로 환원시키는 제도가 정비되면 징벌배상제도가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