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에서는 아직도 여름철에 웃통을 벗고 활보하거나 상의를 가슴 위까지 올리고 다니는 중국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농부가 밭에서 웃통을 벗고 일을 하는 것처럼 농촌에서는 지극히 흔하고 자연스러운 농업 문화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현대화된 도심에서도 여전히 웃통을 벗는 비문명적인 행동이 잦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자 중국 지방 정부들이 ‘웃통 금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4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지난시 당국은 여름철에 공원이나 광장, 버스, 상업지역 등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입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엄격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과 주민들은 여름에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는 사람들을 지도하고, 신원을 공개해 비난받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을 해왔다.
지난 외에도 톈진과 선양, 허베이성 한단 등 다른 도시들도 이런 비문명적인 상의 탈의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지방 당국 관계자는 “여름철에 배를 훤히 드러내는 것은 미개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를 금지하는 것은 도시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시는 지난 3월 문명적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규정을 공식 채택했다.
톈진시도 지난 5월 규정을 시행해 공공장소에서 셔츠를 입지 않고 다닐 경우 최대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선양시 당국은 2015년 웃통을 벗고 다니다 적발되면 직장에 통보해 모든 회사 직원들이 교육을 받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런 단속 움직임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두의 한 매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2만명의 네티즌들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상의 탈의 금지’ 캠페인을 지지했으나, 5000명은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어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농부가 밭에서 웃통을 벗고 일하는 것은 중국의 전통 농업 문화에서 흔한 광경이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젠 상의 탈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젊은이들이 웃통을 벗고 다니는 것은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홍콩 범죄 영화에서 배우들이 항상 근육과 문신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다녔던 영향도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