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절도범이 아니면 다시 취임할 수 있다. 벌금 300만원 이하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발언하는 등 특정 인사를 코치로 임명하려던 김해시 측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김해시가 선수 폭행, 음주 강요, 개인 우편물 임의 열람 등 인권침해 행위를 한 김해시 하키팀 A코치를 1년 만에 다시 채용한 행위 및 이에 반발한 감독과 선수들에게 경고장 발부 및 부당발언 등을 한 B과장의 행위는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김해시장에게 운동부 지도자, 선수 등 단원 채용 시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 전력이 있는 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관련 업무 종사자들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B과장의 행위에 대해 자체조사를 통해 적절한 인사 조치를 할 것도 권고했다.
A코치 재임용 문제는 하키팀 소속 감독과 선수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내며 불거졌다. 이들은 “지난 1월과 3월에 걸쳐, A코치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코치로 재직하면서 특정 선수에 대한 폭행, 선수들의 개인 우편물 임의열람, 회식 및 음주 강요, 비하발언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해시가 이런 행위를 한 A를 다시 코치로 채용하여 선수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선수들은 지난 4월에는 “A코치의 인권침해 사실을 대한체육회에 신고했음에도 체육단체들의 부실 조사 및 심의로 인해 선수들과 감독이 더 큰 고통에 처했다”는 진정을 추가로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김해시 소속 선수들이 주장하는 A코치의 폭행 등 인권침해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김해시는 2017년 12월 내부 조사를 통해 이런 행위를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지난 1월 A를 다시 코치로 채용한 사실도 인권위는 확인했다.
인권위는 특히 김해시 소속 B과장은 지난해 12월 운동부 감독에게 A를 코치로 추천해줄 것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B과장은 A의 재임용에 반발하는 선수들에게 “살인자나 절도자가 아니면 재임용할 수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그는 김해시에 A의 재임용 반대 탄원서를 제출한 선수단을 상대로 “향후 재계약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경고장까지 공식 발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또한 A코치의 선수 폭행 등 인권 침해에 대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서도 무혐의 처리한 지역 체육단체 등도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장에게 해당 지역 체육단체들에 대한 감사 실시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해당 종목의 중앙단체 협회장에게 A코치에 대해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2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발족시킨 뒤 스포츠분야에서 제기된 60여건의 진정사건을 검토해왔다. 특조단이 검토한 사건들 중 권고 조치가 이뤄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를 통해 인권침해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지자체 및 체육단체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 기관들의 스포츠 인권인식을 환기시키고 향후 체육관련 단체 운영에 있어 책임성을 강화하는 권고로서의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