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야구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투약시킨 야구교실 대표가 아이들이 아파하는데도 문제가 없다며 주사를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 수사가 시작되자 선수 부모들을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대학 진학·프로야구 입단을 목표로 하는 유소년 야구 선수들에게 불법 유통되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주사·판매한 유소년 야구교실 운영자 이여상(35)씨가 약사법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한 유소년 고교 선수 아버지 A씨는 “이씨가 주사 맞기 싫다는 아이에게 자꾸 권했다”고 말했다. A씨의 아들은 이씨의 권유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2개월간 금지 약물을 투약했다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아이가 처음에 주사를 맞고 아파서 걷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이씨가 엄살이라고, 소염진통제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현재 아이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야구를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보니, 한 가지만 보고 달려온 아이 입장에서는 믿는 사람에게 배신 당한 느낌이라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이씨에게 속은 건 아이들뿐이 아니다. A씨는 “이씨가 트레이너를 통해 미국 교수님이 가져오는 거라 좋은 거고 프로선수나 운동선수들이 너무 좋아서 비밀로 자기들끼리 공유하는 약이라며 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씨가 프로에서 10년 넘게 운동했고, 그러니까 당연히 그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 신뢰했다”며 “그런 사람이 불법을 취급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좋다고 자꾸 권유하니 그렇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선수 부모를 회유한 정황도 나타났다. A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가 회유를 했다”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김응용 전 감독을 언급하면서 정치인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씨는 서울에서 유소년 야구교실을 운영하며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몸이 좋아지는 약이다. 약을 맞아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야구단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며 약물 투약을 권했다. 이씨는 해당 선수들에게 월 강습료 300만원과 약값 300만원 가량을 따로 받았다. 이렇게 해서 1년간 1억6000만원을 챙겼다.
이씨는 도핑 검사 원리를 파악하고 스테로이드 제제의 체내 잔류 기간을 계산해 투여하는 등 치밀한 방법으로 도핑검사와 보건당국의 단속을 피해왔다.
식약처는 불법의약품 투약이 의심되는 야구교실 소속 유소년 선수 7명에 대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2명은 양성 확정 판정을 받았고, 5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위원회 결정에 따라 상당기간 선수 생활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