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웨이는 여전히 블랙리스트”, 런정페이 “자력갱생”

입력 2019-07-04 10:14 수정 2019-07-04 15:15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으며 국가안보 측면에서 최고의 검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더 많이 판매하도록 하겠다”며 제재완화를 시사했지만 ‘립 서비스’에 불과했던 셈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3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자국 기업들의 수출 면허 승인 요청을 국가안보 측면에서 최고의 수준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 측은 “화웨이는 여전히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라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의 거래허가 신청에 대해 ‘거부 추정’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화웨이에 수출하겠다고 기업들이 신청해도 원칙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완화를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대 화웨이 제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또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취급하도록 내부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존 선더먼 부실장은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화웨이는 여전히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관련 수출기업들에게 명확히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화웨이에 대한 기업들의 수출 요청은 블랙리스트 기업들에 적용되는 ‘거부추정’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 시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앞서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완화 시사 발언에 대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런 회장은 전날 중국 증권시보 인터뷰에서 “화웨이도 미국 제품을 계속 쓰기 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미국 기업에 유리한 것”이라고 깎아내리며 “우리는 자력갱생의 이념을 받든다. 미국이 주는 고통은 우리를 좋은 방법으로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부품을 쓰지 못하게 돼도 자체 개발이나 다른 나라 기업들의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며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은 미국 보다 선진적이어서 미국의 블랙리스트가 화웨이에 ‘사망 위협’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현재 단말기 분야는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 1∼2년이 지나면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