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3일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을 바탕으로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9일 전원회의에 노사 양측이 수정안을 내 달라고 요구했다.
4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제8차 전원회의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최저임금위는 0시가 넘어가자 제9차 전원회의로 차수 변경해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새벽 2시쯤 회의를 끝냈다.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은 어느 때보다 간극이 크다. 경영계 8000원과 노동계 1만원 요구안은 2000원 차이로 올해 최저임금을 논의했던 지난해 최초요구안 격차 3260원(경영계 7530원, 노동계 1만790원)보다 작다. 그러나 이번엔 경영계가 올해 최저임금 8350원보다 4.2%를 낮추라며 삭감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양측의 입장차는 더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한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전원회의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근로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삭감안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노동자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이에 “최저임금이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했고 경제 상황, 취약 업종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급 주휴 시간 효과까지 감안하면 감액을 해야 최저임금이 안정화된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위원들이 삭감안을 놓고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새로운 최초요구안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박준식 위원장은 양측 모두에게 오는 9일 열릴 전원회의에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양측은 수정안 제출까지 치열한 내부 논쟁과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은 지난달 말로 이미 지났지만, 다음 달 5일이 고시기한인 만큼 실질적으로는 이달 중순까지는 논의할 시간이 남아 있다. 이때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