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김유근 안보실 1차장 엄중 경고한 이유

입력 2019-07-04 07:03 수정 2019-07-04 10:45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소형 목선 상황과 관련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급 인사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후 7시쯤 청와대 출입 기자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 대변인은 김 차장의 문책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안팎에선 안보실 행정관이 국방부 백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군 당국의 허위보고‧은폐 의혹 등의 논란을 키운 것이 부적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실이 지난달 17일 국방부의 첫 브리핑 당시 발표문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잡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인식이다.

앞서 최병환 국무조정실 1차장도 3일 정부 합동조사단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청와대 안보실은 국민이 불안하거나 의혹을 받지 않게 소상히 설명했어야 함에도 경계에 관한 17일 군의 발표 결과가 ‘해상 경계태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께서도 이 점을 질책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급 인사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여권 일각에선 김 차장에 대한 경고를 시작으로 안보실 내부에 대한 추가 징계는 물론 일부 참모들이 경질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3일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사태 발생 초기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해 충분하고 정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으로 허위보고‧은폐 의혹이 일었던 지난달 17일 국방부 브리핑에 대해 국방부는 “용어 사용이 부적절했던 측면이 있었지만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표현을 쓰자고 한 게 어느 기관의 의견인지와 유관기관 협의 대상에 청와대가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해 셀프 조사에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한 합동조사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 삼척항에 도달하기까지 57시간 동안 이를 식별하지 못한 것과 관련, 해상 경계작전 계획과 운용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삼척항 도착 하루 전날인 14일 오후 해안 감시 레이더에 목선 추정 물체가 두 차례 포착됐지만 운용 요원들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반사파로 오인했다. 삼척항 입항 장면 역시 다수의 감시 장비에 촬영됐지만 요원들의 부주의로 식별에 실패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0일에 이어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군의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경계작전 실패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경계작전 실패 책임을 물어 합참의장과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해군 작전사령관에게 엄중 경고하고, 육군 8군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또 통합방위태세를 유지하지 못한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 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해경은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서면 경고함과 동시에 동해해양경찰서장을 인사 조치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