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 “이학수 부회장 지시로 ‘MB 다스 소송비용’ 처리했다”

입력 2019-07-03 20:48 수정 2019-07-03 20:55
폐렴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항소심에서 추가한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전직 삼성 미국법인 임원들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 미국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살펴보는 공판에서다.

3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 근무했던 임원들이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의 지시를 전달 받아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삼성에서 이 전 대통령 측으로 다스 소송비용이 건너간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근무했던 오모씨는 “최모 사장으로부터 ‘이학수 실장님 지시사항’이라며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에서 ‘인보이스’(송장)을 받으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한테 처리하라고 지시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송장이) 제 이름으로 수신됐다는 사실과 ‘DAS'(다스)라고 적혀 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에이킨 검프는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다스 소송대리를 진행한 로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2008~2011년 삼성전자로부터 다스 소송비 명목으로 에이킨 검프 명의 계좌에 받은 67억7000만원 중 61억원에 대해 뇌물죄 유죄 선고를 받았다.

오씨는 ‘다스 비용을 삼성전자가 지급해야 하는 이유를 확인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업무방식이 항상 비밀스러웠고 다른데 관여하지 말고 지시사항만 이행하는 것으로 생각해 의문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3년여간 10차례 이상 소송비용 처리와 관련된 송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였던 민모씨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오씨에게서 송장을 건네받아 에이킨 검프로 지급하는 역할을 했다. 민씨는 “(다스 관련 송장을 에이킨 검프에)지급한 적 있다”며 “명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다스라는 단어를 본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다스가 무슨 회사인지 알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런 것은 기억나지 않고 제일 처음 (송장을 받았을 때) 다스라고 적혀 있던 것을 기억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 5월 공익제보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삼성 측으로부터 430만 달러(약 51억6000만원)를 수수한 정황이 담긴 송장 등 자료를 이첩 받아 뇌물액수에 추가했다. 앞서 검찰이 다스 소송비용과 관련해 뇌물 혐의로 기소했던 67억7000만원과는 별개다.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뇌물액수는 119억원으로 늘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증인들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는데 10년 전 송장에 대해 100%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익이라는 장막 뒤에 누군가 음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익신고자의 진술에 비춰도 위법수집 증거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위·변조 가능성이 있으니 객관적 자료가 확보돼야 위법수집 증거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