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꼬시기’ ‘어느 처녀가 예뻐?’… 버젓이 전시된 여성혐오

입력 2019-07-03 18:01
춘천여성민우회

강원도 춘천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3일 춘천 여성민우회는 강원여성연대 등 12개 단체와 함께 “성평등시대에 역행하는 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의 즉각적인 전시 철수와 춘천시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민술협회 춘천지부 주최로 지난달 21일 시작돼 4일까지 진행되는 ‘2019 세대교감-카툰으로 본 세상’ 전시회에 걸린 작품들이 여성혐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시사만화가 심민섭씨의 카툰 ‘남자들이 이젠 힘들다’와 ‘소양강 처녀’다.

‘남자들이 이젠 힘들다’의 배경은 지하철이다. 남성 승객이 임산부석을 바라보며 “임신 시키기가 얼마나 힘든데…”라고 읊조린다. 임산부석 옆에는 ‘임신 시킨 남자 좌석’이 마련돼 있다. 지하철에서 여성만 배려받는다는 점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심씨는 이 작품의 설명문에 “남자들의 정자가 힘 없는 세상이 됐다. 남자가 여자를 임신시키려면 각고가 큰 세상이 돼버렸다. 재미 한 번 보고 임신이 되는 세상이 아니다. 여자 하나 꼬시기엔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이 피땀 흘리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옛날보다 여자가 살기 좋은 세상에서 이젠 남자들에 대한 배려심도 있어야겠다”고 적었다.

‘임신시키려면’ ‘재미 한 번 보고’ ‘여자 하나 꼬시기엔’ 등 성차별적인 뉘앙스의 말들이 여과없이 사용됐다.


또 다른 작품 ‘소양강 처녀’의 설명은 “소양강 처녀는 국민가요다. 소양강 처녀는 국민 관심사다. 소양강 처녀는 정말 예쁠까? 호기심이 자극되면서 물 맑고 공기 좋고 시원한 풍광이 연결되니 예쁜 처녀로 낙인찍고 싶다”로 돼있다.

이 그림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소양강 처녀’ ‘섬진강 처녀’ 영산강 처녀’ 등이 쓰인 부표 위에 서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한 남성 노인이 “어디 처녀가 제일 예뻐?”라고 묻는다. 외모로 여성을 평가하는 남성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춘천 여성민우회 등은 성명서에서 “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특정 성을 비하하고 대상화하는 이러한 작태는 이제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심 작가는 여성의 존엄을 훼손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해당 작품을 즉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최돈선 춘천시문화재단 이사장도 입장문을 내고 “다수 관람객에게 불쾌감을 유발한 작품전시가 있었음에 유감을 표한다”며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보장되어야 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되짚어 봐야 한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