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 ‘입항 귀순’ 사건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북한 선원 4명 중 2명만 귀순한 이유는 여전히 불명확해 보인다. 또 군 당국이 첫 브리핑에서 “목선이 해류 속도로 떠내려 오니까 구별이 안 된 것”이라며 경계실패 책임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소상하게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3일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서 “최초 신문에서는 북한 선원 4명 모두 귀환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이후 조사 과정에서 2명이 “출항 때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귀순한 선장은 “생활고를 겪었고 가정불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다른 귀순자 1명은 “한국에 있는 이모를 찾아 ‘육상 탈북’을 시도하다 체포된 전력으로 수감생활을 했다” “한국영화 시청 혐의로 조사·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워 이번에 다시 한국행을 결심했다” 등의 진술을 했다.
북으로 돌아간 2명은 출항 때 귀순 계획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조사 결과 귀환자 2명은 남하하는 배 위에서 귀순 계획을 파악한 뒤 선장과 의견 충돌을 빚었다. 선장이 “이 배는 내 배니까 가고 싶으면 내려서 걸어가라”고 했고 이 말에 2명이 “일단 가보자”고 순응했다는 것이 합동조사 결과다.
선원들이 ‘거짓진술’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원들은 ‘처음부터 귀순 계획을 갖고 내려왔다’고 진술하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입항 전에 기관고장 등으로 표류했다고 진술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출항 일자도 사실대로 말하면 한국에 도착한 것이 너무 빠르니 6월 5일로 하자”고 합의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선원들은 지난달 9일 함경북도 경성군 집삼 포구에서 대기하다 출항했다. 출항 때 유류 250㎏을 배에 실었다. 정부 관계자는 “소형 목선 연비를 고려할 때 삼척항까지 운항하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업 활동을 한 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목선 상태가 깨끗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선원들은 “물이 (목선) 내부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씻겨나가기도 했다”는 진술을 했다.
정부와 군 당국의 은폐·축소 의도가 없었다고 결론난 데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부는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17일 목선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한 발견 장소를 숨기려는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표현이 나오게 된 군 당국과 경찰 등의 협의 과정을 밝히지 않은 채 “대북 군사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라고만 설명했다.
정부는 국방부 브리핑에 두 차례 ‘몰래’ 참석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에 대해선 “일상적인 업무협조의 일환이었다”며 청와대와 국방부 간 사전협의 의혹을 일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도 징계 조치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징계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군 당국의 안이한 대응은 여실히 드러났다. 육군 23사단 당직 근무자는 해군 1함대사령부로부터 북한 목선 입항 상황을 지난달 15일 오전 7시15분에 접수했지만 당시 휴가 중이던 사단장 직무대리인 행정부사단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또 입항 현장과 가까운 소초까지 입항 상황이 전파되는 데 10분이나 걸린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육군 초동조치부대는 북한 목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고 10분 후인 오전 7시45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김경택 손재호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