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보다 더해”, 한국당 예결위원장 두고 진흙탕 싸움

입력 2019-07-03 17:13 수정 2019-07-03 18:54
자유한국당 황영철(뒤), 김재원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의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인 김재원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리를 약속받았던 황 의원과 뒤늦게 도전장을 내민 김 의원이 얼굴을 붉히면서 당 지도부가 경선을 통해 예결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지만, 황 의원이 경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3일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자당 몫의 예결위원장을 당내 선거를 통해 뽑기로 결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작년 합의는 참여하신 분들끼리의 합의였다. 합의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김재원 의원)이 경선을 요구했기 때문에 경선을 치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김성태 원내대표 때 이뤄졌던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당시 안상수 의원이 전반기 예결위원장(7개월)을 맡고 황 의원이 후반기 위원장(1년6개월)을 하도록 교통정리를 했다. 합의에 따르면 안 위원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고 지난 5월 29일부로 사임한 황 의원이 차기 예결위원장으로 재선출돼야 한다.

김 의원은 “합의는 합의에 참여한 분들끼리 하는 것이다. 저는 당시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상임위원장 선출 당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당원권 정지상태였다. 과거 상임위원장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만큼,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반면 황 의원 측은 “개인 사정이 있어 토익 시험을 못 봤다고, 이미 치러진 토익 시험 자체가 무효인 것이냐”며 “김 의원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황 의원은 이날 오후 후보 등록을 했지만, 경선 참여 여부는 선거 당일인 5일에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경선 강행 시 탈당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안팎에선 원내 지도부가 계파 논리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명수→김세연),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장(홍일표→이종구), 국토교통위원장(박순자→홍문표)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김성태 원내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취지였지만 황 의원이 안 의원의 후임으로 예결위원장을 한다는 내용은 빠졌다. 일각에선 원내 지도부가 황교안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 의원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었을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요즘은 조폭끼리도 명분 싸움을 하면서 정치놀음을 하는데, 이건 조폭보다 더 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어려운 와중에 자리를 가지고 싸움을 하는 것이 국민께 좋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