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귀순 조사결과 ‘셀프조사’ 한계 그대로 드러내

입력 2019-07-03 16:39 수정 2019-07-03 18:16
국방부 제공

북한 소형 목선이 지난달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접안할 때까지 57시간 넘게 우리 군·경 감시망에 걸리지 않은 ‘경계 실패’가 확인됐다는 정부 합동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군 당국이 목선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하게 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등 ‘셀프 조사’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해상·해안 경계작전뿐 아니라 주민신고 직후 늑장 대응 등 대비태세에 상당한 허점이 드러났다. 군과 경찰은 여러 차례 레이더에 북한 목선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이를 식별하지 못했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장면은 인근 소초에서 운용 중이던 지능형영상감시장비(IVS)와 해경 및 해양수산청 CCTV 등에 찍혔다.

특히 입항 전날인 지난 6월 14일 오후 7시18분부터 8시15분까지 북한 목선으로 추정되는 표적이 한 레이더 기지에 포착됐다. 하지만 당시 레이더 운용요원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레이더에 오후 8시6분부터 북한 목선으로 추정되는 표적이 잡혔지만 운용 요원은 이를 해면 반사파로 잘못 인식했다. 입항 당일인 6월 15일 오전 6시15분쯤 삼척항 인근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에는 목선 진입 장면이 두 차례 촬영됐지만 운용 요원은 이를 낚싯배로 판단했다. 정부는 “해안감시에 공백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목선 제원.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경계작전태세 감독 책임을 물어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박기경 해군작전사령관에 대한 ‘엄중경고’ 조치를 했다. 또 해안경계 책임자인 이진성 육군 8군단장을 보직해임하고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난달 20일에 이어 또다시 사과했다.

은폐·축소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초기 상황관리 과정에서 대북 군사 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 장소를 표현했다”며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확한 발견 장소인 삼척항 방파제 대신 모호한 표현이 나오게 된 과정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유관기관 간의 협의에 의해 나온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경택 손재호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