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관계자는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중 가속상각제도 확대 방안을 두고 “지금 정부 들어 첫 대기업 혜택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식어가는 경기에 대한 정부의 절박함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가속상각이란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아랫돌 빼어 윗돌 괴기’ 같은 방식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기업 투자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카드다. 가속상각제도를 확대한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 이억원 경제정책국장은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들이 준비해온 투자조차 뒤로 미루는 경향이 많은데, 이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세제지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어떻게든 경기를 끌러올려보려는 정부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대외 여건 취약, 제조업 경쟁력 약화, 미래 성장동력 부재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들어있지 않다. 최근 한국 경제의 문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수출 외에는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와 조선 등 다양한 성장동력을 확보해 한 품목이 부진을 겪으면 다른 품목이 보완하는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동시다발로 제조업 경기 부진에 빠졌다.
이에 정부는 체질 개선과 미래 대비라는 항목에 여러 가지 장기과제를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인구 문제도 향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만 언급했다. 물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라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해야 하는 한계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 제시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성장동력의 경우 기존 대책의 답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구조 개편 등 ‘큰 수술’의 방향, 로드맵 등은 들어있지 않다. 결국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정책 리스크’가 기업활동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의무화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면서 “경제 체질 개선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