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슷한 시점에 통상적인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복귀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해군 잠수정 화재 사고라는 사정이 있었지만 펜스 부통령 측은 아무런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 의문을 키웠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2일 오전(현지시간) 뉴햄프셔 소재 중독재활센터에서 열리는 마약 문제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펜스 부통령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투’에 올랐지만 직후 일정을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펜스 부통령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취소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취소가 결정됐을 당시 펜스 부통령과 수행원이 탄 전용기는 활주로에서 이륙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정·부통령 전용기 비행 일정이 이처럼 급박하게 변경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은 펜스 부통령을 백악관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급히 차량을 파견했다고 한다. 펜스 부통령을 헬기에 태워 백악관 사우스론에 착륙토록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대통령에게만 관례적으로 제공되는 의전이라고 미 관리가 전했다.
펜스 부통령의 일정 취소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펜스 부통령 자신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부터 중대한 국가안보 관련 사안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백악관 측은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고 “국가안보나 건강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만 밝혔다. 사태 초기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일부 백악관 관리는 일정 취소 사유를 ‘비상사태’라고 밝혀 혼선을 빚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 측 마크 쇼트 비서실장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고위급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정 취소 이유와 관련해서는 “몇 주 안에 언론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비슷한 시각,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강(江)포럼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만났다. 러시아 해군 잠수정 화재 사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심해 측량작업을 하던 잠수정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장관에게 직접 현장으로 내려가 사고조사위원회를 지휘해 사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펜스 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일정 취소가 서로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우연이든 아니든 미·러 고위급 인사들이 동시에 급박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펜스 부통령이 러시아 잠수정 사고 관련 논의를 위해 백악관으로 급히 복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잠수정의 정체도 의문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잠수정이 러시아 해군 활동을 위해 자국 영해 안에서 측량작업을 하고 있었다고만 밝혔을 뿐, 잠수정 자체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선박이 ‘로샤리크’라는 별명을 가진 핵 추진 심해 잠수함 ‘AS-12’라고 보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