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 정상 회동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넘어서는 중요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언을 듣고 ‘깜짝 월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문 대통령이 자유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오를 때 (남북 정상 간) 대화가 잠시 있었다”며 “(감사인사)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교 관례상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자유의 집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 직전 문 대통령에게 미국 측과 협의할 의제를 미리 귀띔해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자유의 집으로 이동하는 길에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이 MDL을 넘어 남쪽으로 이동해 세 명의 정상이 같이 섞여 얘기를 나누고 난 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월경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 판문점에 도착한 한·미 정상은 김 위원장이 북쪽에서 내려올 떄까지 자유의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MDL을 가리키며 “저 선을 넘어가도 되느냐”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악수하고 손을 잡고 넘어가시는 건 괜찮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기 직전 미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경험이 있는 문 대통령에게 자문을 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관련 대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면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것으로 짐작했다고 한다.
당시 백악관 의전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의전책임자와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변에 아무와도 의논하지 않았다”며 “미국 의전팀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월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MDL에서 김 위원장을 맞을 당시 문 대통령도 함께 할 계획은 없었느냐’는 질문엔 “화면에 나타난 그대로가 예정된 대로 실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MDL에서의 남·북·미 정상 만남은 사전에 검토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