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엽기 가혹행위’ 피해자 부적응자 시설에 가둬”

입력 2019-07-03 16:11 수정 2019-07-03 16:45

육군이 군내에서 벌어진 엽기 가혹행위의 피해자를 상당기간 가해자들 사이에 방치한 것도 모자라 부적응자 수용시설에 가뒀다는 폭로가 나왔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3일 성명을 통해 “육군7사단에서 발생한 동기생 가혹행위 피해가 알려진 것보다 심각했으며 부대가 피해자를 방치하고 불이익을 주는 등 2차 피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군 수사당국 조사에 따르면, 가해 병사 세 명은 지난 4월 초부터 두 달 동안 피해 병사 A씨에게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다. 피해자를 데리고 모텔로 가 뺨과 복부를 수차례 때렸고, 소변과 인분을 먹도록 강요했다.

군인권센터가 확인한 결과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동기생들은 모텔뿐 아니라 영내 생활관 등지에서 A씨를 반복적으로 구타했다. 이들은 A씨의 뺨을 수십여차례 때렸고,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발로 성기를 차기도 했다. 또 A씨와 일부러 외박날짜를 맞춘 뒤 영외에서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신고하면 패 버리겠다”고 협박하며 A씨의 휴대폰을 빼앗아 부수기도 했다. 알려진 가해자 3명 이외에 또 다른 병사 2명도 5~6월에 걸쳐 A씨를 수차례 폭행했다.

하지만 부대는 신고 후에도 A씨를 가해자들 틈에 방치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소속 부대 중대장은 사건을 인지하고 4일 뒤인 지난달 17일 피해자를 ‘힐링캠프’에 입소시켰다. 이후 구속된 동기는 그 사이에 외박까지 나갔다. 신고 뒤에도 부대가 피해자를 나흘이나 가해자들 사이에 방치한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또 피해자를 힐링캠프에 입소시킨 것은 부대가 사실상 피해자를 쫓아낸 것과 다름없는 처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힐링캠프는 부적응자들을 위해 마련된 시설”이라며 “이런 처분은 부대가 피해자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는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면밀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피해자를 군에서 떨어뜨려놓을 의학적 필요가 있었다면 의사의 판단하에 피해자에게 휴가를 명해 전문 민간병원에 입원을 시켰어야 한다”고 밝혔다. “복무 부적응자로 취급해 힐링캠프부터 입소시키는 것은 2차 가해나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구타·가혹행위 처리기준'. 군인권센터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의 ‘구타·가혹행위 처리 기준’에는 ‘원인 제공자 사법처리 또는 징계처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타를 유발한 사람을 징계하라는 규정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를 두고 “여전히 군 곳곳에 피해자에게 피해의 책임을 묻는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며 “이처럼 황당한 규범이 남아있으니 일선 부대 처리 방식이 여전히 후진적이고 반인권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가해자는 수사기관에 “부대 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말을 못 알아들어 화가 나 때렸다”고 폭행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인권센터에 따르면 A씨는 가해자가 구속된 뒤에도 공포와 두려움으로 진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