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이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A교수의 연구실을 학생자치공간으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들은 2일 오전부터 A교수의 연구실을 점거 중이다.
‘서울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와 인문대 학생회는 3일 오후 서울대 인문대 앞에서 ‘학생공간 전환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위는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조속한 파면과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 등을 요구하며 A교수 사무실을 학생자치공간으로 전환할 것을 선포한다”며 “A교수가 대학에 복귀할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문대 3동 내 A교수 연구실을 2일 오전부터 점거하고 있다. A교수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로 강의에서 배제돼 A교수 연구실은 비어있는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은 업무방해 등의 행정적 불편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인문대 학생회장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와 징계위원회는 늦장만 부리며 수개월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성폭력·갑질·연구착취 가해자를 파면하기 위해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는 학내에서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학내 인권센터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는 8개월째 절차만 밟고 있다”며 “징계위원회는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과가 나와야 징계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며 시간만 죽이고 있고, 책임이 있는 대학본부 역시 조사를 재촉하기는커녕 학생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A교수의 조속한 파면과 징계위원회에 학생대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A교수가 파면될 때까지 연구실 점거를 이어간다는 방침도 밝혔다.
A교수는 2015년과 2017년에 해외에서 학회에 동행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학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A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신고 받은 서울대 인권센터는 A교수에 3개월 정직을 권고했다. 이에 성추행 피해자는 실명 대자보를 붙여 A교수를 고발했고, 지난달에는 A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한편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외국인 교수 등의 폭로로 밝혀진 A교수의 연구성과 도용과 착취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