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으로 불편을 겪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죠. 하지만 이 아이들도 언젠가 자라서 누군가는 비정규직이 될 텐데, 직업을 이유로 갑질 당하는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3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 7년 차 행정실무사 김민영(43)씨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나도 초등학생 딸이 있어 파업으로 인한 학생, 학부모의 불편을 잘 안다. 하지만 이 사흘의 투쟁은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집회에서 삭발을 해 머리가 짧은 그는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학비연대 총파업 첫 날인 이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겪은 업무·임금 차별을 호소했다.
김씨는 “나는 교사의 행정업무를 대신하는 역할인데 학교에선 정규직이 하지 않는 온갖 잡무, 심부름을 내게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교직원 야유회 당일, 교감이 ‘교무실을 지킬 한 명이 필요한데, 너가 가고 싶다면 내가 남아야지’라며 날 꼭 집어 말했다”며 “혼자 교무실에 남아있는데 서러움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또 “교무부장은 회식 다음 날 아침 ‘집이 가까우니 나를 태우고 가라’고 하더라. ‘계급사회’ 분위기가 당연해서 거절조차 못했다”고 덧붙였다.
행정실무사 김난숙(47)씨도 ‘교사의 비서’로 일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교장이 학교 사택을 쓰면 당연한 듯이 행정실무사들에게 청소를 부탁했다”며 “학교에 손님이 오거나 교사 회의시간이 되면 나를 ‘OO양’이라고 부르며 커피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8년차 급식 조리사 이미선씨는 “적은 인원이 매일 120~150명분의 급식을 만들다보니 몸 곳곳에 멍이 들고 손가락이 휘고 붓는다. 근골격계질환(목, 허리 통증)을 앓는 조리사들이 대부분인데 학교에서 이미지가 상한다며 산재신청을 막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처우 개선도 요구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의 급식조리사 권모(50)씨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대부분 공무원들만 적용됐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 실질 인상률은 10.9%에서 6.6%로 줄었다.
안규영 방극렬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