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적극 행정’…무슨 뜻일까

입력 2019-07-03 17:00 수정 2019-07-03 17: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께 힘이 되는 일 잘하는 공무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림부는 지난해 법적 근거 없이 국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검사체계를 도입했다. 국내 종자 업계의 수출용 종자에 국가 공인 ‘LMO 아님’ 표시를 찍어주기 위해서다. 앞서 파키스탄과 태국, 알제리 등 LMO 수입금지 국가는 국내 종자 업계에 업체 ‘LMO 아님’ 증명뿐 아니라 국가 공인 증명을 요구했다. 종자 업계는 이 때문에 약 4개월간 수출길이 막혀있었다. 농림부가 LMO 검사체계를 도입하자 멜론 종자 등 19품목의 종자 14톤이 수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주문한 ‘적극 행정’ 사례들이 소개됐다. 인사혁신처는 4일 ‘적극 행정 울림’ 홈페이지를 공식 공개하고, 적극 행정으로 꼽힐만한 사례들을 안내했다.

지난해 관세청이 중국을 세계관세기구(WCO)에 제소한 것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중국이 국제 기준을 위반한 관세를 국내 기업에 부과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당시 관세 폭탄을 맞았던 국내 기업은 관세 160억원을 아끼게 됐다. 관세청은 또한 인도와 미국의 부당 관세 부과에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을 위해 상대 정부를 설득하거나 국내 기업에 대응책을 안내했다. 인도와 미국 상대 기업들이 약 250억원, 1200억원의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추산된다.

적극 행정 논의는 올 초 본격화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이 장관 책임하에 적극 행정은 문책하지 않고 장려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독려해 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삶과 경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적극적 발상으로 해소하는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며 적극 행정의 개념을 부연했다.

인사혁신처가 이날 공개한 사례들도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농림부처럼 일정 절차를 생략하거나, 관세청처럼 주요국을 상대로 다투는 등 정부가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뒤따라야 한다.

의외로 행정 과정의 ‘기발함’은 점수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혁신처가 제공한 우수사례 4건 가운데 문제 해결 과정이 눈에 띄는 사례는 없었다. ‘정부가 몇 년간의 전사적인 노력 끝에 성사했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다’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대응책을 제시했다’ ‘관계 기관과 협의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정도에 그친다.

단 인사혁신처는 해당 사례들만 ‘적극 행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는 올해 말까지 추가 모범 사례를 접수해 적극 행정의 정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현재 적극 행정의 정의는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다. 적극 행정 유형은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노력이나 주의의무 이상을 기울여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행위’ 등 7가지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로 ‘최선’ ‘선제적’ ‘적극적’ 등 추상어로 이뤄져 있어 뜻이 모호하다.

한편 이날 공개된 적극 행정 울림에는 적극 행정 공무원을 추천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됐다. 적극 행정 공무원으로 선발되면 특별승진, 특별승급, 성과급 최상위등급 부여 등 혜택을 받는다.

인사혁신처는 적극 행정 독려를 위해 고의나 중대 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적극 행정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