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신문들은 3일 사설을 통해 이번 조치가 일본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3일 ‘보복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배경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대항(보복) 조치는 아니라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이번 조치가) 일본의 신용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한·일 양쪽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도 이런 모순적 설명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의 대립에 경제 교류를 끄집어내는 것이 한·일 관계에 줄 상처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라면서 “한·일 정부가 머리를 식히고, 외교당국의 고위 관료 협의를 통해 타개 모색을 서둘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도쿄신문도 이날 ‘서로 불행해질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도쿄신문은 “강제징용 문제는 외교 협상을 거듭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출 규제로 긴장을 높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면서 “한·일 양국의 경제는 상호 의존 관계다.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의 탈(脫)일본이 진행되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을 때 중국이 희토류의 수출 제한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일본은 비난했었다”면서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수출 제한이 정치적·외교적 문제를 해결할 특효약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일본 정부의 조치가 일본 기업에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설을 실었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신문은 특히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소지가 크며 일본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터뷰를 게재했다.
심지어 아베 신조 총리가 애독하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이례적으로 일본 기업에 수출 규제로 인한 여파가 미칠 수 있다면서 우려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를 처음 보도했던 산케이신문은 온라인 기사를 통해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이번 조치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반도체 재료 재고는 3~4개월 정도밖에 없어 생산 라인 중단도 예상된다”면서도 “한국에서 반도체 부품 출하가 막히면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을 사용하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와 언론들이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를 “유치하고 치졸하다”며 폄훼했다고 산케이신문은 비판했다.
한편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가 지난 2일 이번 조치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한·일 관계에 대해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지지통신 내외조사연구회 주최 강연회에서 해거티 대사는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의 관계 강화가 대북 협상의 성패를 좌우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 이후 미국 고위 관리가 한일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해거티 대사가 처음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