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사업추진 제동

입력 2019-07-03 14:43
환경청에 이어 문화재청까지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중단을 요청하면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환경청에 이어 문화재청까지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중단을 요청하면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3일 제주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6월 제주 비자림로 공사 현장 인근에서 멸종위기종 팔색조 둥지 2개를 발견, 지난달 27일 제주도에 비자림로 공사중단를 요청했다. 공사중지 기한은 8월 15일까지다.

문화재청은 “팔색조가 번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가 이뤄지게 되면 공사소음이나 먼지 등으로 번식에 실패할 수 있다”며 공사중지 이유를 밝혔다. 문화재청은 팔색조 번식이 마무리되는 8월 중순까지 이곳에서 팔색조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6월 20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비자림로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며 “이 과정에서 팔색조가 둥지를 만들고 있는 사례와 둥지에서 알을 키우고 있는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지난해 8월 초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되자 제주지역 환경단체들이 “공사로 인해 삼나무 숲길이 훼손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공사 중지를 촉구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자연환경 훼손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도는 결국 공사를 중지하고, 공사구간을 3단계로 나눠 벌목 최소화와 돌담 훼손을 막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공사는 재개됐지만 얼마가지 않아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공사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환경청은 공사구간 및 주변지역에 법정보호종 등의 서식 여부에 대해 관련 전문가를 통한 정밀조사와 적정한 대책을 수립, 대안을 마련할 것을 제주도에 주문했다.

현재 비자림로 공사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요청으로 지난 5월말부터 공사가 중단됐고, 제주도는 오는 10일까지 환경영향저감 대책을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도는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해 7월 중 공사를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문화재청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공사구간 생태정밀조사에 참여한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은 현장에서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 긴꼬리딱새 이외에도 맹꽁이 집단서식지가 발견됐음을 알려왔다.

시민모니터링단은 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붉은해오라기의 서식세력권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며 전면적인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우선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하고,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거쳐 공사 재개 시점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비자림로 공사는 2018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제주시 대천교차로∼금백조로 2.9㎞ 구역을 3개 구간으로 나눠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