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내수 ‘덫’ 걸린 韓 경제… 수출·투자 목표치 5%P 이상 추락

입력 2019-07-03 14:30 수정 2019-07-03 14:30
반도체와 수출 ‘성장 먹거리’인데
대외여건 나빠지자 수출→내수 동반 침체
정부 올해 설비투자와 수출 전망치 대폭 조정
실질GDP 2.4~2.5%로 하향, 경상GDP 3%로 추락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 등으로 내수 살리기 ‘올인’


한국 경제가 대외여건과 내수의 ‘덫’에 걸렸다. 반도체 수요 회복 지연,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갈등으로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내수도 힘을 못낸다. 내수 또한 수출 부진 부메랑에 따른 제조업 경기 침체 영향으로 투자를 중심으로 추락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현재 반도체 수출 외에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다. 이건 세계 경제 흐름 등 대외여건과 얽혀 있다. 한국 혼자 해결 불가능하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정부는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보다 5% 포인트 이상 낮췄다. 전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4~2.5%로 떨어졌다. 다급해진 정부는 일단 내수 살리기에 전력투구한다. 투자와 소비를 북돋아 덫에서 탈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3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2.7%에서 2.4~2.5%로 낮췄다. 0.2% 포인트나 내린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수출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회복’의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수출과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약점’도 노출됐다. 대외여건 때문에 수출이 무너지고, 무너진 수출은 다시 내수를 덮친다. 반도체의 대체재 역할을 해야 할 자동차·조선업은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한 번에 풀 해법은 없다. 정부는 하반기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판단한다. 우선, 수출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수출 증감률(전년 대비)은 기존 3.1%에서 -5.0%로 8.1% 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설비투자는 1.0%에서 -4.0%로 5.0% 포인트 낮아졌다. 투자 위축으로 수입도 동시에 8.3%포인트(4.2%→-4.1%) 낮아졌다. 경상수지 목표치는 640억 달러에서 605억 달러로 조정됐다.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6%에서 0.9%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 GDP 둔화와 저물가 때문에 경상 GDP 성장률(실질GDP+물가상승률) 전망치 역시 3.9%에서 3.0%로 주저앉았다. 경상 GDP는 정부의 총예산 규모, 세입 추계 등에 기준점이다. 향후 국가재정운영계획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정부는 단기간 경기를 살려낼 방법이 없자 내수에 ‘올인’했다. 투자·소비 진작을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지원책을 내놓았다.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등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를 추진한다. 화성 복합 테마파크 조성(4조6000억원), 대산산업단지 내 중질유 원료 석유화학단지 공장 건설(2조7000억원),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 내 연구·개발(R&D) 캠퍼스 조성(5000억원), 수도권 소재 마이스(MICE) 시설 건립 등 ‘10조원+α’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15년 이상된 노후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를 6개월 동안 100만원 한도에서 깎아주고, 다음 달부터 고효율 가전기기를 구입하면 가구당 20만원 한도에서 구매액의 10%를 환급해 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개방도가 높고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버팀목인 수출과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 활력 보강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