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가 트럼프 당선으로 이어졌다”

입력 2019-07-03 13:20
미국 뉴욕 리먼브러더스에 다니던 한 여직원이 2008년 회사가 파산하자 짐을 챙겨 사무실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AP뉴시스

2008년 지구촌을 뒤흔든 금융위기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고든 역작이다. 11년 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단이 된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국제 질서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들려준다. “당시의 망령”이 지금 이 순간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돌고 있는지도 확인케 만든다.

우선 저자부터 알아보자.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인 애덤 투즈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석학이다. 그가 2014년 펴낸 ‘대재앙’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어떻게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었는지를 심도 있게 그려내며 격찬을 받았었다.

그는 신작인 ‘붕괴’에서 금융위기의 전조를 감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일별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의 위기로 주요 수출국들은 대공황이 들이닥친 1929년보다 더 심각한 불경기를 경험해야 했다. 저자는 경제학적인 해석을 뛰어넘어 인류 역사에서 유사성을 띤 사건들을 하나씩 비교해가며 10년 전 위기의 ‘실체’를 자세하게 드러낸다.

핵심은 그때의 혼란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위기 역시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2010년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한 현상도 금융위기의 여파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영국의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예로 들었다.

한국 독자로서는 대한민국과 관련된 언급에 눈길이 갈 것이다. 저자는 당시의 위기로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은 신흥국가로 한국과 러시아를 꼽았다. 그는 “한국처럼 막대한 외화를 보유한 국가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건 경제가 튼튼한 국가라도 세계적인 충격파 앞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국의 독자들이 ‘붕괴’를 단순히 역사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한국처럼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들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세계화의 물결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