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스마트폰에 ‘비밀 감시’ 앱 설치

입력 2019-07-03 13:03

중국 국경경비대가 신장지구를 방문한 관광객의 휴대전화에 비밀 감시 어플리케이션(앱)을 몰래 설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중국 국경경비대가 키르기스스탄공화국에서 신장지구로 가려는 관광객들에게 검문 명목으로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특정 앱을 몰래 설치해 정보를 추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경경비대는 관광객들에게 휴대전화 잠금해제를 요구한 뒤 기기를 수거한 뒤 1시간쯤 뒤에 돌려준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펑차이(蜂采)’라는 앱을 설치하는데, 이를 통해 이메일, 문자메시지와 연락처, 사진·동영상, 문서 등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빼낼 수 있다. 매체는 펑차이가 벌이 꿀을 모으는 것과 연관됐다고 전했다.

앱 설치는 안드로이드폰에 국한되지만, 아이폰은 케이블을 통해 데이터 스캔을 거친다. 추출된 정보가 어디로 가고 얼마나 저장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 앱은 중국 내에서 자체개발된 것으로 중국 당국의 방대한 검열 콘텐츠 목록과 휴대전화 속 정보를 비교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목록에는 알카에다가 제작한 영자 잡지 인스파이어 등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를 비롯해 각종 무기 운용 매뉴얼도 포함됐다. 앱은 또 라마단 단식, 달라이 라마의 문학, 일본 메탈밴드 등도 검색한다.

관광객들은 이 앱이 어떤 용도인지,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수집되는지 등을 당국으로부터 사전에 경고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휴대전화는 앱이 삭제된 채로 반환되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여전히 앱이 설치된 채 기기를 돌려받는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신장지구에는 매년 약 1억명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외 관광객이다.

국제인권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rivacy International)의 에딘 오마노비는 “신장의 감시체계가 세계에서 가장 불법적이고 만연한지 보여주는 예”라도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마야 왕 중국부문 선임연구원은 “신장 주민들, 특히 튀르크계 이슬람교도들이 이 지역에서 다방면으로 끊임없는 감시를 받는다는 사실은 모두 안다”며 “이번 일은 외국인들도 광범위하고 불법적인 감시를 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