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모(35)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 학생들에게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투약하거나 판매하다 구속된 사실은 프로야구계 입장에서 볼때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씨는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먹어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야구단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속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각종 스테로이드제제와 호르몬을 투약하거나 판매하면서 총 1억6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야구선수 경험을 악용해 체육관련단체의 도핑검사와 보건당국의 단속을 피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일부 야구선수들은 도핑 검사를 교묘히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더구나 이씨는 불과 3년 전까지 현역 선수로 있었기에 동료 선수들과 경험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가 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남성 스테로이드 가운데 하나로 근육을 발달시키지만 불임과 관절통, 대퇴골 괴사 등 심각한 신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O리그에서 약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31)은 지난해 MVP를 수상할 때 과거 금지약물 복용 전력 탓에 곤욕을 치렀다. 금지 약물 전력자에겐 MVP 후보를 박탈하자는 여론까지 형성되기도 했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참가한 파나마 야구월드컵 때 폐막 후 실시된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KBO는 그에게 고작 1군 10경기 출장 정치 처분을 내렸다.
2015년 약물 복용이 적발된 한화 이글스의 최진행(35)에 내려진 징계는 30경기 출장정지였다. 삼성 라이온즈 코치인 진갑용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털어놨지만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현재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28)도 과거 LA 에인절스 소속일 때 금지약물을 복용한 전력이 있다.
KBO가 나설 때다. 은밀히 이뤄지고 있을지도 모를 금지약물 복용 실상 여부를 재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수조사도 불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관중 감소에 시름하는 한국프로야구가 더 깊은 늪으로 빠질지 모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