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준다는데도 싫다’ 대구·경북 지자체들 환경부 지원 거절 이유는?… 낙동강 보 때문

입력 2019-07-03 11:00
영남권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일 대구 달성군청 앞에서 환경부의 취·양수장 시설개선 사업비 특별교부금 신청 제안을 거절한 달성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대구·경북 기초단체들이 환경부가 제안한 안정적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취·양수장 시설개선 특별교부세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 비용을 지원해준다는데도 거절한 것인데 그 배경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대구 달성군 등에 따르면 매년 녹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4대강 환경 개선을 위해 보 개방을 추진 중인 환경부는 지난 5월 낙동강을 끼고 있는 대구와 경북, 경남 기초단체들을 대상으로 취·양수장 시설개선에 필요한 사업비를 특별교부세로 지급할 경우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지난해 감사원이 4대강 보 수위가 낮아지면 현재 낙동강 근처 양수장들의 원활한 용수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가 보 수위가 낮아져도 취·양수를 할 수 있는 시설 보강 여부를 물은 것이다.

경북 예천군과 상주시, 구미시, 성주군, 대구 달성군, 경남 창녕군은 시설개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경북 고령군, 경남 합천군, 의령군은 시설개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후 환경부의 재 질문에 창녕군은 시설개선으로 생각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의 제안을 거절한 5개 자치단체 중 달성군과 상주시, 구미시는 공통적으로 농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들었다. 3개 지자체 관계자들은 “보 개방으로 농업용수 확보 차질을 우려하는 농민들이 시설개선 지원이 보 개방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농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지자체가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성주군 측은 “보 수위가 취수하한선까지 내려가도 성주지역은 취수나 양수에 문제가 없고 취·양수시설 보수가 아직 필요하지 않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천군 측은 “올해 상반기에 유사한 사업비를 신청해 따로 신청할 필요가 없었고 신청을 하더라도 보 개방 여부가 정해진 후에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의 거부 이유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앞서 보 개방이 추진 됐을 때 5개 자치단체는 보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들 지자체들은 상주보와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 등 낙동강 보의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다. 시설개선이 보 개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환경부의 제안을 거절한 배경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단체들은 대구·경북 지자체들의 행동에 대해 4대강 보 설치 이후 매년 녹조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낙동강의 정화를 막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남권 환경단체들이 모인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1일 달성군청 앞에서 환경부 교부금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낙동강네트워크 측은 “양수시설 개선은 보 개방 찬반과 관련 없이 농민들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사항”이라며 “각종 수질사고나 비상시를 대비해서라도 보의 탄력적 운영을 위한 양수장 개선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자치단체들이 사적인 이익이나 정치적 이유로 보 개방을 반대하면서 농민 핑계를 대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대구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달성군의 경우 최근 개발한 낙동강변 수상·레저시설이 보 수위가 낮아져 운영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농민을 핑계로 대고 있지만 지자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개선은 보 수위가 낮아졌을 때도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것으로 농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면 지자체가 설명해주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농민들을 부추기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