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장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감시·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게도 감시 목적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해외 언론들과의 공동 조사를 통해 중국 이르케슈탐 국경관리소를 거쳐 신장위구르로 들어온 여행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휴대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모든 움직임을 추적당해왔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중국 공안이 모바일 앱, 안면인식기술 등을 이용해 신장위구르 무슬림들을 추적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공안은 신장위구르에 거주하는 무슬림을 강제수용소에 구금하는 등 강하게 통제해왔다. 하지만 해외 여행객들의 휴대폰에도 감시 앱을 무단으로 심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장위구르 방문자는 연간 1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많다. 이르케슈탐은 중국 국토의 서쪽 끝에 위치한 국경도시로 고대 실크로드의 경유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곳 국경관리소를 통과하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휴대폰을 제출하는 것이다. 암호키나 패턴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휴대폰을 받은 관리는 다른 방에 들어간 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휴대폰을 돌려준다.
가디언은 쥐트도이체차이퉁, 독일 루르대, 독일 사이버안보기업 큐어53 등과 함께 해당 앱을 살펴본 결과 문자메시지, 연락처,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용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위해자료’들을 앱을 통해 분류하고 확인해온 것이다.
한 여행객은 가디언에 “신장위구르를 가기 위해 국경관리소를 통과했을 당시 휴대폰을 제출했었다”며 “돌려받은 후 살펴보니 낯선 앱이 깔려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을 하는 동안 위치추적을 당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