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늦고 마른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가량 늦게 시작된 장맛비는 지난달 29일 이후로 뚝 끊겼다. 대신 상대적으로 맑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중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26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장마가 시작됐다고 2일 밝혔다. 전국에서 동시에 장맛비가 시작된 것은 1973년 기상관측 이후 4번째(1973, 1983, 2007년)다. 장마전선은 27일과 29일 남부지방에 200㎜가 넘는 비를 뿌린 후 한반도 이남으로 내려간 상태다.
장맛비는 이번 주말부터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은 4~5일 뿐 아니라 다음 주 중반 이후까지도 별다른 비소식이 없다. 오히려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은 평년보다 비가 적게 내리고 시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6월 강수량은 74㎜로 지난해 171.5㎜보다 절반 이상 적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서울에 내린 비도 2.9㎜에 불과했다. 평균 기온 역시 22.5도로 지난해에 비해 0.6도 낮았던데다, 최고기온이 33도를 넘긴 날은 하루도 없었다. 습도도 2일을 제외하면 50% 내외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시원한 날씨 속에 시민들도 장마철을 견디기 한결 수월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손모(26·여)씨는 습하지 않은 장마철을 반겼다. 손씨는 “매년 장마철이 되면 원룸 벽 등에 곰팡이가 쉽게 피어 올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아직까지도 멀쩡하다”며 “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굳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습기 등으로 ‘장마특수’를 노리던 가전업계는 울상이 됐다. 서울 구로구의 한 가전제품 매장 관계자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등 다른 가전제품에 제습기능이 포함되면서 제습기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면서도 “마른 장마가 이어지면서 제습기를 찾는 손님이 많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늦고 마른 장마가 계속되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윤기한 기상청 예보관은 3일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해수 온도 때문에 북극 근처 베링해의 얼음면적이 평소보다 매우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 방향으로 내려와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지구온난화가 모든 기후변화 현상의 기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