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유정, 물티슈 뒷면에 ‘졸피뎀 라벨’ 숨겨둬…경찰은 놓쳤다

입력 2019-07-03 04:30 수정 2019-07-03 04:30
A씨가 촬영한 졸피뎀 처방전 라벨 사진. 고유정의 이름과 처방받은 날짜, 약품명이 적혀있다. A씨 제공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을 위해 구입한 뒤 숨겨둔 것으로 추정되는 졸피뎀 처방전 라벨이 뒤늦게 발견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현 남편 A씨(37)와 함께 살던 아파트를 압수수색했으나 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졸피뎀 라벨은 A씨가 직접 찾아 증거물로 제출했다.

A씨는 2일 고유정이 자신의 파우치 속 일회용 물티슈 뒷면에 부착해놓은 약품의 라벨 사진을 국민일보에 제공했다.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졸피뎀의 처방전 라벨이다. 라벨에는 처방받은 사람인 고유정의 이름과 날짜, 약품명 등이 명시돼 있다. A씨는 이날 제주지검에 이 라벨을 직접 증거물로 제출했다.

라벨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 8일 전인 지난 5월 17일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고유정이 처방받은 졸피뎀은 알약 형태로 된 10㎎짜리로 총 7알이다. 하루에 1알만 먹도록 권고한다. 고유정은 일주일 먹을 양을 처방받은 셈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졸피뎀 10㎎짜리 1알은 불면증을 겪는 성인 1명을 서서히 잠들게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7알을 한 번에 복용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문가는 “만약 1명이 7알 전부를 한 번에 먹는다면 정신을 잃을 수 있다”며 “7알을 2명이 나눠 복용한다고 해도 각각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졸피뎀 7알을 처음부터 처방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전문가는 “보통 처음에는 3~4알 정도를 먼저 처방한 후 약효가 들지 않을 경우 일주일 분(7알)을 처방한다”고 했다. 고유정이 7알을 처방받기 위해 약국을 여러 차례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A씨가 라벨을 발견한 건 지난달 29일이다. 제주에 머물던 A씨는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자신의 변호사와 함께 충북 청주 자택으로 향했다. 집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고유정의 파우치 속에서 일회용 물티슈 뒷면에 붙어있던 졸피뎀 라벨을 찾았다.

제주지검 조사에 따르면 고유정은 제주 입도 전인 지난 5월 17일 주거지인 청주 자택에서 약 20㎞ 떨어진 약국에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라벨 속 날짜와 일치한다. 이후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만났고 직접 만든 카레에 졸피뎀을 섞어 먹게 한 뒤 살해했다. 키 180㎝, 몸무게 80㎏의 건장한 체구였던 강씨가 저항하지 못한 이유는 졸피뎀을 이용한 고유정의 범행 수법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A씨는 “고유정이 평소 들던 가방이 압수수색 이후에도 집에 남아 있었다”며 “고유정이 졸피뎀 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따로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주지검은 1일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