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쌤 위해, 나는 빵을 먹겠습니다” 어느 초등학생의 파업 응원

입력 2019-07-03 00:19
남동초등학교 급식실에 조리사 선생님을 응원하는 학생들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남동초 심신아 선생님 제공

3일 전국 학교의 비정규직 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인천의 두 초등학교 학생들이 파업을 앞둔 조리실을 방문해 응원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서흥초 학생들은 2일 종이 게시판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빼곡하게 붙인 뒤 조리사 선생님들에게 전달했다. ‘매일 맛있는 밥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걱정 마시고 원하는 것을 이루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 아래 학생들의 다양한 응원 메시지가 가득 붙었다. 파업에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응원부터 평소의 고마움을 전하는 목소리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나는 그분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빵을 먹을 것이다”
“하나 되어 파업에서 이기시길 바라요”
“저희를 위해 급식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정규직 분들의 권리를 위해 협력하겠습니다”
“저분들의 권리를 이해한다”
인천 서흥 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이 2일 조리실 종사 선생님을 찾아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 심준희 교사 제공


남동초 급식실에도 응원 메시지가 전달됐다.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라는 문구 아래에는 학생들이 직접 남긴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있다. 아이들은 “우리는 걱정말라”며 파업에 동참하는 조리사 선생님들을 안심시켰다.

“우리들이 응원하니까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힘내세요. 저희는 도시락 먹어도 괜찮아요”
“저는 전혀 문제없어요. 우리 모두 우리의 불편함은 표현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저희는 절대 파업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지 말고 이기세요”

남동초등학교 급식실에 조리사 선생님을 응원하는 학생들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남동초 심신아 교사 제공

한 학생은 “더우니까 썬크림 바르시고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 챙기시라”는 메시지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남동초 심신아 교사는 “아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며 “아마 그때 경험을 토대로 저렇게 적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들이 ‘노동’의 개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초등학교 6학년 교육과정에 포함된 ‘인권 교육과정’의 덕이 컸다. 이 수업을 통해 초등학생들은 노동인권에 대해 배웠다.

심 교사는 “학교는 차별이 아니라 연대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배우는 공간이다. 파업이 노동자들의 기본권리라는 것도 6학년 아이들은 노동인권 교육을 통해서 배우고 있다”며 “그 연장 선상에서 아이들이 직접 메시지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초등학교 급식실에 조리사 선생님을 응원하는 학생들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남동초 심신아 교사 제공

서흥초와 남동초 두 학교는 앞서 급식 차질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으로도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빵 등 완제품으로 대체 급식이 제공된다는 내용은 평범했지만 담긴 문구가 남달랐다. 네티즌들은 ‘참교육의 현장’이라며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남동초등학교장 명의의 가정통신문은 “우리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 있으나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함께 사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서흥초등학교장 명의의 가정통신문에는 “우리 학교 교육공무직 선생님들께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이자 이땅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실행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시며 참여하십니다”라고 파업을 소개했다.

서흥초 심준희 교사는 가정통신문에 대해 “당장 그날 급식에 빵이 나오면 아이들이 물어볼 것 아닌가. 왜 빵이 나오는지 물어보면 알려줘야 한다”며 “그냥 건조하게 가정통신문을 쓸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학교 아닌가. 그분들이 왜 그런 얘기를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 경청하고 공감하고 만약 정당한 주장이라면 함께 응원하는 것이 학교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3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9급 공무원의 80% 수준까지 임금을 인상해줄 것과 근속수당·명절휴가비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비연대에 따르면 이번 파업을 결의한 조합원 9만4000여명 중 5만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당국은 전국 4000여개 학교가 파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