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싸오라는데”…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전날, 학부모와 교사들 ‘멘붕’

입력 2019-07-02 17:56 수정 2019-07-02 18:08
총파업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교육 당국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서울 서초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막판 교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돌봄교사, 급식조리사 등으로 일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총파업 하루 전인 2일 오후 늦게까지 교육 당국과 긴급 교섭을 벌였다. 양측 간 교섭이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면서 학부모와 교사들은 급식·돌봄 공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학비연대 실무교섭단과 교육부 및 경기·인천·대전·경북·광주 5개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만나 파업 철회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민경호 학비연대 사무처장은 1차 교섭 종료 후 “교육 당국은 파업 일수를 줄이면 추후 다시 협상에 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아무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시설관리본부로 자리를 옮겨 추가 교섭을 이어갔다. 이날 만남은 교육부와 17개 교육청이 전날 파업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연대회의 쪽에 긴급 교섭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학비연대는 기본급 6.24% 인상, 각종 수당 지급 시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정부 임기 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기본급 1.8% 인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비연대가 속해 있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돌봄교사, 급식조리사, 교무행정사 등 학교 비정규직 5만여 명과 도서관 사서, 영양사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더해 총 10만여 명이 이번 총파업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맞벌이 부부와 대체 근무에 투입될 교사들은 교섭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학교 현장에서 벌어질 돌봄·급식 공백을 우려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장모(37)씨는 “총파업 기간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준다고 한다. 일부 학교는 개별 도시락을 싸 오라고 했다는데, 맞벌이 엄마 입장에서는 도시락 싸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에서도 총파업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아이들 도시락 반찬을 잘하는 가게가 있으면 알려 달라” “맞벌이 맘은 어쩌라는 것이냐” “출근해야 하는데 돌봄 파업으로 난감해졌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대체 근무를 서게 된 교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다수 학교는 초등 1~2학년을 담당하는 돌봄교사를 대체하기 위해 저학년 담당 교사들에게 추가 근무를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학교에선 교사들에게 1시간에 1만원 정도의 추가근무 수당을 지급한다는 공지도 했다고 한다.

초등 교사인 박모(35)씨는 “교사들은 대체근무와 파업에 대해 불만보다 우려가 앞서는 심정”이라며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 차를 놓치거나 간식을 제대로 못 받았을 때 학부모들이 제기할 민원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토로했다. 다른 교사는 “파업이 오래 전부터 예고됐는데 교사에게 돌봄교실을 맡기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안일한 대처 같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급식을 대체하고, 교사와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돌봄교사에게 대체 근무를 시키는 식의 대응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