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만난 황교안, 한국당 보수통합 시동 거나

입력 2019-07-02 18:13 수정 2019-07-02 18:37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일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황교안 대표가 비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보수 원로들과 잇따라 회동한 데 이어 당도 범보수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전열을 다듬는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와 김 의원이 전날 밤에 여의도 모처에서 2시간30분가량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황 대표가 6월 중순쯤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가 김 의원을 단독으로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김 의원이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이 홍문종 의원의 탈당과 우리공화당 합류 직후라는 점 등을 들어 보수통합과 총선 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황 대표는 지난달에는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지낸 윤증현 윤경제연구소장과 친박계 핵심이었던 무소속 서청원 의원을 만나는 등 외곽에 있는 보수 인사들과도 정치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앞으로도 당 안팎의 보수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외부 보수 세력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려는 당 차원의 움직임도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룰을 만들고 있는 당 신정치특별위원회 산하 일부 인사들이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당파 출신 한국당 의원들도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꾸준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당 일각에선 독일에 있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관계도 전향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성 보수 지지층으로 대변되는 일부 ‘태극기 세력’도 당의 포섭 대상으로 꼽힌다. 당 조직국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판단되는 10여개의 태극기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다지고 있다.

다만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론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보수대통합의 양대 축인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 모두 각각 친박, 비박과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표 취임 후 당내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황 대표가 통합을 명분으로 두 정당이 내건 조건을 들어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내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결국 한국당이 바라는 것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개별 의원들의 입당일 것”이라며 “보수개혁을 위해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이 백기투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도 “‘탄핵 7적’을 정리하지 않은 이상 한국당과 함께갈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버액션’은 하지 않는다는 당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을 포섭하면 우리공화당이, 그 반대편과 함께하면 바른미래당과의 연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당이 중심을 잡고 보수 적자임을 확실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황 대표와 김 의원이 만나 보수통합을 논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보수대통합 부분은 앞으로 총선 전까지 끊임없이 나올 건데, 간 보듯이 간헐적으로 이야기하는 행태나 공학적으로 이야기하는 행태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