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황교안 대표가 비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보수 원로들과 잇따라 회동한 데 이어 당도 범보수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전열을 다듬는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와 김 의원이 전날 밤에 여의도 모처에서 2시간30분가량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황 대표가 6월 중순쯤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가 김 의원을 단독으로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김 의원이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이 홍문종 의원의 탈당과 우리공화당 합류 직후라는 점 등을 들어 보수통합과 총선 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황 대표는 지난달에는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지낸 윤증현 윤경제연구소장과 친박계 핵심이었던 무소속 서청원 의원을 만나는 등 외곽에 있는 보수 인사들과도 정치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앞으로도 당 안팎의 보수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외부 보수 세력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려는 당 차원의 움직임도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룰을 만들고 있는 당 신정치특별위원회 산하 일부 인사들이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당파 출신 한국당 의원들도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꾸준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당 일각에선 독일에 있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관계도 전향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성 보수 지지층으로 대변되는 일부 ‘태극기 세력’도 당의 포섭 대상으로 꼽힌다. 당 조직국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판단되는 10여개의 태극기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다지고 있다.
다만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론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보수대통합의 양대 축인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 모두 각각 친박, 비박과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표 취임 후 당내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황 대표가 통합을 명분으로 두 정당이 내건 조건을 들어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내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결국 한국당이 바라는 것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개별 의원들의 입당일 것”이라며 “보수개혁을 위해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이 백기투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도 “‘탄핵 7적’을 정리하지 않은 이상 한국당과 함께갈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버액션’은 하지 않는다는 당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을 포섭하면 우리공화당이, 그 반대편과 함께하면 바른미래당과의 연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당이 중심을 잡고 보수 적자임을 확실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황 대표와 김 의원이 만나 보수통합을 논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보수대통합 부분은 앞으로 총선 전까지 끊임없이 나올 건데, 간 보듯이 간헐적으로 이야기하는 행태나 공학적으로 이야기하는 행태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