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평민,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명확하던 조선시대에 남자 기생이 존재했다면?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코믹 퓨전사극 ‘기방도령’이 언론에 첫 공개됐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기방도령’은 불경기 조선,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돼 벌이는 코믹 사극 영화다. 그룹 2PM 출신 배우 이준호가 타이틀롤을 맡아 ‘조선판 만능 엔터테이너’ 허색을 연기했다.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은 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방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새주가 느낌을 탈피하고 싶었다”면서 “그 시대에는 예인의 이미지가 있었다. 예인은 오늘날의 연예인이나 아이돌 같은 직업군과 접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능 방면의 재능이 특출한 허색은 이준호에게 적역이었다. 남 감독은 “이준호가 아이돌이라서 캐스팅을 한 건 아니다. 배우로서 캐스팅을 했는데, 마침 아이돌이어서 노래와 춤을 다 잘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준호는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에 가야금, 한국무용 등을 열의 있게 준비해 왔다”면서 “저는 그 중 골라서 쓰면 될 정도로 호사스럽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허색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 해원 역에는 정소민이 합류했다. 사극이 처음인 정소민은 “촬영 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과 상의하며 의상 등 여러 준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시대로 발을 담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작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최귀화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신선을 꿈꾸다 기방에 정착하게 된 괴짜 도인 육갑 역을 맡았다. 최귀화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코믹 연기를 해본 적은 없는데, 작품이 매력적이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허색과 해원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허색과 육갑의 유쾌한 버디 플레이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담아낸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성상이다.
남 감독은 “조선시대가 고귀하고 고급스러운 시대로 알려져 있으나 신분차별이나 남존여비 같은 부조리한 관념들이 존재하던 시대이기도 하다. 해학적으로 풍자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