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들기 단속했는데 경찰이 4억 배상? 누가 범인 잡겠나”

입력 2019-07-03 00:15 수정 2019-07-03 00:15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단속 경찰관이 교통 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를 진압하다 상해를 입혔다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는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의 파면도 함께 요구했다.

작성자는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에서 “공권력에 힘으로 대항할 경우 경찰은 반드시 이를 제압해야 한다”며 “경찰 자신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만약 경찰이 범죄자에게 힘으로 제압당한다면 다른 국민의 안전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제압은 충분한 완력의 사용을 필요로 한다. 완력의 사용은 상대의 힘이나 저항 여부 등 여러 사정에 따라 상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상해를 입혔다고 해도 이에 관해서는 광범위한 면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판결이 불합리한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경찰에게 힘으로 저항하지 않으면 다칠 일이 없다. 힘으로 저항해 놓고 왜 나를 최대한 얌전하게 다루라고 요구하나”라며 “폭력을 쓰더라도 경찰은 나를 최대한 다치지 않게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공감하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요구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덕적 요구 수준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시민이든 경찰이든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하다”며 “그런데 판결은 경찰에게 터무니없이 불공정한 도덕적 의무를 부과한다. 똑같은 인간인데 초인적이고 성인에 가까운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부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청원인은 이 판결로 앞으로 공권력 집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범죄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혔다가는 직업도 잃고 거액의 배상까지 감당해야 한다. 누가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나”라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런 판결을 내린 자격미달 판사를 파면해야 한다”고 글을 마쳤다.

이 청원에 2일 오후 2시 기준 2만 8000여명이 동의했다. 네티즌들은 “경찰이 범인 잡다가 다치게 하면 배상해줘야 하는 게 말이 되나” “이러니까 경찰들이 뒷짐 지고 서있는 거다. 그동안 욕해서 죄송하다”며 청원에 동의했다.

반면 “과한 진압이 맞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잘못한 건 끼어들기 위반을 한 사람이지만 무기를 든 것도 아닌데 장애까지 입었다면 배상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0민사부(부장판사 문혜정)는 A씨가 정부와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들이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운전자 A씨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원고가 상해를 입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A씨가 단속에 항의하며 먼저 제복주머니와 어깨 부분을 붙잡은 점을 참작했다”면서도 “경찰관이 A씨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가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