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들기 단속했는데…오히려 경찰이 4억 배상하는 이유

입력 2019-07-02 17:24 수정 2019-07-02 17:36
게티이미지뱅크

교통 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힌 경찰관이 정부와 함께 4억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0민사부(부장판사 문혜정)는 A씨가 정부와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들이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판결 근거는 경찰관의 과잉진압이었다.

A씨는 2012년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양재전화국 사거리 교차로 2차선에서 1차로로 끼어들어 도곡1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하지만 해당 차로는 끼어들기가 허용되지 않았고 경찰관은 A씨를 적발했다.

경찰관은 A씨의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청했다. A씨는 10분 이상 요구에 불응하다 운전면허증을 넘겼다. 이후 경찰관은 범칙금을 부과하려고 했다. A씨는 이를 거부하고 경찰관의 제복 주머니와 어깨 부분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며 운전면허증을 되찾으려고 했다. 경찰관은 A씨를 돌려 넘어뜨려 제압했다.

그런데 A씨가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전치 8주에 해당하는 골절과 오른쪽 무릎에 운동장애를 입었다. 영구적 노동능력상실률은 23.12%로 평가됐다.

경찰관은 2013년 상해 혐의로 기소돼 수백만원의 벌금을 냈다. 면허증을 뺏으려는 A씨를 제압했다는 점은 참작되나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원고가 상해를 입었다는 이유였다.

A씨는 국가와 경찰관을 상대로 14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냈다. 경찰관의 불법 진압으로 일을 못 하게 되었으니 국가가 그만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A씨는 사고 전 3년간 영어 강사로 활동하며 6억원이 넘는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와 경찰관이 A씨에게 4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배상금은 ▲A씨가 상실한 일실수입 ▲치료비 ▲향후 치료비 ▲위자료를 모두 합친 금액 6억 4850만원의 약 7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원은 정부와 경찰관의 상해책임을 70%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정부 소속 경찰관은 A씨에게 상해를 가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배상책임이 있다”면서도 “A씨에게 교통법규 위반의 책임이 인정된다. 또 A씨가 단속에 항의하면서 먼저 제복주머니와 어깨 부분 등을 붙잡은 게 상해 발생의 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