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의 자금 세탁·탈세 의혹 등을 수사해온 곽정기(46)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경찰에 사의를 표명했다. 곽 대장은 “가족들과 시간을 갖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일해 왔다”며 “이번 수사를 하며 회의감이 들어 쉬려한다”고 했다.
곽 대장은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가족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곽 대장은 “‘버닝썬 사건’뿐 아니라 황하나 마약 사건 부실 수사 의혹, BMW 차량 결함 은폐 의혹 등 여러 사건을 맡다 보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34개월 된 늦둥이 딸과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자”는 아내의 만류가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곽 대장이 물러나기로 확실히 결심한 데에는 ‘버닝썬’ 수사에 관한 첩보를 묵살했다는 논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버닝썬’ 수사를 위해 지능범죄수사대에 파견을 왔던 강남경찰서 A경위는 지난 5월 곽 대장과 이재훈 당시 강남경찰서장에 대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A경위는 이들이 직권을 남용해 자신의 첩보를 바탕으로 한 내사를 막고 파견을 해제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곽 대장은 “절차도 내용도 잘못된 보고였다. 내사를 시작하기 어려운 수준의 첩보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잇따른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지면서 “경찰로서의 명예가 뿌리 뽑힌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곽 대장은 “제 밑에서 일했던 직원인데 문제가 발생해 조직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경찰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2004년 고시특채(연수원 33기)로 임관한 곽 대장은 15년 만에 경찰복을 벗게 됐다. 곽 대장은 “아직 거취는 결정된 바 없다. 한동안 가족들과 쉬겠다”고 전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