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하반기에는 볕 들까…증시 전문가 4인 “미·중 분쟁, 금리 인하 변수”

입력 2019-07-02 17:05 수정 2019-07-02 18:44
그래픽=이채미 기자

‘서머랠리’(여름휴가 전 나타나는 강세장)가 다가왔지만 국내 투자자들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코스피는 2100선을 전후해 박스권에 갇혀 있고, 코스닥은 주요 바이오주가 휘청거리며 700선 아래로 고꾸라진 상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더해지며 비관적 전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G20 정상회의)에서 판문점(북·미 깜짝 회담)까지 종횡무진했는데 왜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하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증시 전망은 어떨까.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2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 불스홀에서 열린 ‘제1회 증시콘서트’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 수장 4명은 하반기 증시 기상을 ‘흐림’으로 진단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향방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 하반기 본격적 ‘재선 준비’에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합의점을 찾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2회 가량 기준금리를 내리면 국내 증시에도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딜(무역분쟁 합의) 없이 재선 사이클에 돌입하기 어렵고,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 분쟁이 길어지면 자칫 정보기술(IT) 관련 제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연내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이달 말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본격화된다고 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원화 강세로 전환될 것이다. 신흥국 시장(이머징 마켓)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을 두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보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성장세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준이 미리 기준금리를 내려 ‘소프트 랜딩’(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오현석 센터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bp(1% 포인트) 이상 내린다면 보험적 차원의 금리 인하가 아니라 경기 침체의 대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된다는 진단도 나왔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글로벌 경제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낮은 금리로 지탱하는 ‘저금리 의존형 경제’에 접어든 상태”라며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더라도 장기적 금리 하락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증시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리서치센터장들도 ‘온도 차이’를 보였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교역 둔화에 국내 반도체 업황 둔화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며 “수출 지표와 상당 부분 연동되는 국내 증시 특성상 반등 시점은 내년 초로 예상된다”고 했다. 반면 오 센터장은 “이미 증시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올 3분기 이후 기업 실적에 따른 주가 조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보유 위주로 투자하면서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매수해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미국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기업이익 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미·중 분쟁 일시 중단으로 크게 상승 중인 중국 증시와 더불어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 투자를 함께 하면 리스크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