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혼을 위무하는 이미지 소설, 박초이의 ‘남주의 남자들’ 출간

입력 2019-07-03 09:45

박초이 작가의 첫 소설집 『남주의 남자들』(문이당)이 출간됐다.

‘남주의 남자들’은 참담한 상황에 던져진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과, 그들의 죽음을 통해 망자를 위무하는 소설이다.

‘남주의 남자들’의 남주, 「이름만 남은 봄날」의 광주 희생자들, 「목도에서 기다리다」의 박제상, 「율도국 살인사건」의 인화와 화자 등.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어쩔 수 없이 내몰려진 죽음들이 매편마다 가슴을 파고든다.

해당 책의 내용으로는 어느 날 회사 후배가 나를 찾아온다. 손에는 내가 후배에게 보낸 결혼 청첩장이 들려 있다. 후배는 이 남자와 결혼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회사 옥상에서 투신한다. 왜 결혼하면 안 되는지, 왜 투신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곧 이 소설의 서사다.

이 이야기는 가면을 쓴 남성들에게 유린당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가장 무서운 적이 되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죽은 남주를 위로하는 위무의 서사다.

영혼을 위무하는 또 다른 소설 「이름만 남은 봄날」을 보자. 이 단편은 1980년 5월 광주의 영령들을 소환하여 애도를 표하는 이미지 소설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나 『흰』에서처럼 작가는 육체성을 상실한 혼령의 서사를 통해 망자들에 대한 사후 애도를 그려낸다.

「목도에서 기다리다」는 신라 내물왕의 아들 미해를 신라로 탈출시키고 홀로 남아 고문을 당하는 박제상의 이야기다. 그의 죽음을 불러,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영웅이 되었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살고자 하는 육체와 죽고자 하는 정신, 혹은 죽고자하는 육체와 살고자 하는 정신, 그 선명한 대비가 아름답다.

「율도국 살인사건」은 성매매 유흥업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탈출하는 화자와 인화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은 유토피아적 공간인 ‘소리’를 찾아 탈주하지만 그곳은 어디에도 없다.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죽음으로써 소리를 찾는 아이들을 그로테스크미학으로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소설 속 남주도, 5월도, 율도국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든 누군가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거대한 톱니바퀴의 한 부분이었을 뿐인 경우도 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객관적으로 답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삶을 끌어가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판단이고 선택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어느 날 자신마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이 삶을 끌어가지 못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자신과 아무 상관없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분노조절 장애가 오고 자신이 한 일을 남이 한 것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어쩌면 소설 속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일 수도 있다.

점점 사회는 복잡해져 간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강박적 증세가 찾아오고, 의심과 불안은 깊어간다. 박초이 작가는 사회 속 톱니바퀴처럼 잊혀져 가는 존재들을 불러내고, 그들의 삶을 보듬어줌으로써 그들을 위로한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