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은 백범 김구 선생, 윤봉길 의사 등 독립운동가 7명이 묻힌 ‘추모 공원’이다. 윤봉길 의사와 사지로 떠나는 그에게 “지하에서 만나자”며 배웅한 김구 선생의 묘역이 이곳에 있다. 느닷없지만 대한민국의 첫 국제 축구 경기가 열린 ‘효창 운동장(축구장)’도 여기 있다. 그런데 인기가 없다. 연간 방문객이 현충원의 7분의 1 수준인 33만명에 그친다.
그렇게 잊혀가던 효창공원이 변신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효창공원(총면적 16만924㎡)을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처럼 꾸밀 계획이다. 비인기 공원을 ‘일상 속 추모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영국 베트남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추모 명소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일 ‘효창독립 100년포럼 발대식’을 열고 2024년까지 효창공원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재단장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모든 주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독립 기념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내세운 재단장의 대원칙은 ‘공존’ ‘개방’ ‘역사’ 세 가지다. 먼저 독립운동가 묘역과 효창 운동장의 축구장이 공존해야 한다. 다음으로 단절된 공원을 개방해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효창공원의 역사적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
서울시는 효창공원 재단장이 일제강점기 당시 훼손된 ‘효창원’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일이라며 의의를 두고 있다.
효창공원은 애초 조선 정조의 장자인 문효세자의 묘역인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는 이 자리에 유원지를 짓고 묘역을 해방 직전 서삼릉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효창공원 규모가 3분의 1로 줄고 도로로 둘러싸이게 됐다. ‘외딴 섬’같은 공간이 된 것이다.
김구 선생은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했다. 효창공원에는 현재 김구 선생 자신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삼의사’와 임시정부에서 주석, 비서장, 군무부장을 지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 등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봉환되면 안장하기 위한 가묘도 있다. 안 의사의 유해는 뤼순 감옥 공동묘지에 묻힌 것으로 주로 추정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껏 서울시가 효창공원 재단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결정한 내용은 주로 기념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공원 출입구와 맞닿아 있는 축구장 하부에 1만5000명의 독립운동가 기념공간을 조성한다. 또 체육인들의 애국정신과 투혼을 기록하는 기념공간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해관계자끼리 의견이 엇갈릴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예컨대 독립운동가 측은 효창공원 핵심부에 있는 효창 운동장을 변형하고 싶어하지만, 운동장 측은 축구장의 역사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이해관계자들이 큰 그림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조율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박 시장도 이날 “남은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빠른 시간 안에 조율하겠다”고 했다.
효창공원 재조성 사업은 서울시가 주관한다.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